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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태도 바뀐 트럼프…우크라전 출구 전략?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9.25 15:47|수정 : 2025.09.25 15:47


▲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3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UNGA) 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종전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하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영토 탈환'을 언급한 이후 유럽에서는 안도감과 함께 의구심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3일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의 지원에 힘입어 전쟁에서 승리해 원래 형태로 자국 영토를 되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의 발언이 실제 미국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현재로선 확실치 않습니다.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미국의 역할은 약해지고 유럽의 책임은 강조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됩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국제안보책임자 닐 멜빈 박사는 로이터 통신에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유럽이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멜빈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은 더 복잡하다는 것은 인정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분명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를 '우크라이나와 유럽 외교의 성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지원 약속 없이 우크라이나를 독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거리를 두고, 그 책임을 유럽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야로슬라바 바르비에 연구원도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바르비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효과적인 평화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유럽과 러시아에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출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전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더라도 그건 트럼프 대통령 탓이 아닌 게 된다는 게 그의 해석입니다.

서방의 당국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제 우크라이나 지원은 유럽의 몫'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동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이 문제가 유럽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트럼프가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유럽의 한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실패하고 협상의 중재자 역할 가능성도 줄면서 우크라이나전에서 손을 떼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언제 또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멜빈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 한 통이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지난 8개월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럽의 신뢰가 낮아지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역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욕타임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정책 선언처럼, 그의 실제 생각을 파악하기 어렵고 그가 다시 입장을 바꾸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견해가 전략적인 분석보다는 불쾌감이나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이전 참모들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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