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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뜯어고친 고교학점제…교사 업무 줄이고 정원 늘린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9.25 13:44|수정 : 2025.09.25 13:44


▲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충남 금산여자고등학교를 방문,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를 한 학기 만에 대폭 손질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 호소와 반발로 제도 안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 당국은 당장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 기준을 완화하는 등 교사들의 '현장 수용성'을 대폭 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제도 전반을 둘러싼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최대 쟁점인 '학점 이수 기준 완화'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교육과정 개정 사항인 만큼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교육부-교원단체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늘(25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은 최교진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한 지 열흘 만에 나왔습니다.

당초 발표 예정일은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 19일이었습니다.

최 부총리가 직접 브리핑할 계획이었지만 국가교육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협의 부족을 이유로 돌연 연기돼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습니다.

교육부로선 나름 속도전을 폈지만, 일각에선 늑장 대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계속된 가운데 이미 2학기마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교육부 내에선 조기 대선과 이진숙 전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교육부 수장 교체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고교학점제 개편 타이밍도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다만 교육부는 이번 개선 대책안 시행으로 학교 현장의 반발과 혼란이 그나마 일정 부분 진정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담당자와 관련 협의를 이미 여러 차례 했고, 3개 교원단체에 소속된 선생님들과도 심도 있는 소통을 했다"며 "대책이 시행되면 학교 현장은 상당히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부 대책안의 골자는 제도 시행에 따른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낮추는 한편 교원 정원은 대폭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교사 부담 경감과 관련해선 특히 교원단체들이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해 온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의 기준을 완화한 것이 눈에 띕니다.

현행 1학점당 5시수였던 예방·보충 지도 시수를 1학점당 3시수 이상으로 개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제 교사들이 담당해야 할 예방·보충지도 시수는 4학점 과목의 경우 최소 20시간에서 최소 12시간으로 대폭 줄어듭니다.

더 나아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관련한 구체적 지침을 올 하반기부터는 각 시도교육감이 정하도록 했습니다.

교육부가 일률적 지침을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 자율적 운영에 맡기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3분의 2 이상' 출석률에 미달한 학생들에 대한 추가 학습의 경우 100%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가능케 한 것도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출석률 미도달 학생들은 추가 학습을 시키고 싶어도 학교에 나오도록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게 선생님들의 공통된 호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2026년 교원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긴급히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본격 검토하던 2017∼2018년 당시 관련 연구기관들이 추산한 적정 증원 규모는 약 1만 4천 명으로, 교육계에선 교원을 최소 1만 명은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긴급히 확보해야 할 교원 정원은 관계부처들과의 협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도 온라인학교와 공동교육과정에 필요한 교원 규모는 어느 정도 충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현장 문제점 제기 및 개선 요구안 팻말 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교육부 대책안에는 교원단체들이 줄곧 폐지하라고 주장해 온 학점 이수 제도의 개편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학점 이수 기준 변경은 국교위 소관인 교육과정 개정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현행 제도상 올해 고교 1학년 생부터는 졸업하려면 3년간 공통 이수 과목 48학점을 포함해 총 192학점을 따야 합니다.

아울러 과목별 '출석률 3분의 2 이상'과 '학업 성취율 40%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이수가 인정됩니다.

그간 교원단체들은 학점 이수·미이수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에 미달한 학생들을 학점 이수 기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가 교사의 업무 부담을 과하게 올리는 것은 물론 해당 학생에게도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안에 학점 이수와 관련한 내용은 담지 않았지만, 2가지 안을 국교위에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안은 공통과목은 현행대로 학점 이수 기준(출석률·학업 성취율)을 유지하되 선택과목에는 출석률만 적용하는 방안입니다.

2안은 공통·선택과목 모두 학점 이수 기준에 출석률만 적용하고 학업 성취율은 보완 과정을 거쳐 추후 적용하는 방안입니다.

이는 교육부 자문위원회에서 권고한 안이기도 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1·2안을 모두 국교위에 제안할 예정이지만 교육부는 1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국교위의 개정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 사안은 시급한 만큼 속도를 내서 내년 신학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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