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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유엔총회장 연단 위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고장 난 자막기(프롬프터)에 대한 '뼈 있는 농담'으로 시작했습니다.
박수와 함께 유엔총회장 연단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에 놓인 연설문 폴더를 펼치면서 "프롬프터 연설하게 되는 것도 괜찮습니다.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입을 뗐습니다.
이어 "이렇게 하면 더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을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 프롬프터를 작동시키고 있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큰 곤경에 처했다고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이 분쟁 해결에 무능력하고 기구 운영이 비효율적이며 나아가 부패했다는 비판을 가하면서 프롬프터에 대한 농담은 가시가 있는 뼈 있는 농담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2기 취임 이후 자신이 7개의 전쟁을 끝냈지만 합의 과정에서 유엔으로부터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내가 유엔으로부터 받은 것은 올라가는 도중 한가운데서 멈춘 에스컬레이터와 고장 난 프롬프터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항상 말해왔다. 적어도 현재는 그 잠재력에 근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장 도착 장면을 담은 외신 보도 영상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바로 앞서가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순간 에스컬레이터가 갑작스럽게 가동을 멈췄습니다.
다행히 멜라니아 여사와 트럼프 대통령 모두 넘어지진 않았지만, 두 사람은 가동이 중단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과거 부동산 개발 사업가 시절 유엔본부 리모델링 입찰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유엔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조직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우발적인 '의전 사고'를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유엔에 대한 불신과 불만과 연결 지은 것입니다.
유엔총회 일반토의 정상연설은 통상 15분 안팎이 권고 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권나연,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