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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왜 혼자 나갔냐면" 육성 입수…달라진 보도자료 (풀영상)

동은영 기자 , 전형우 기자

입력 : 2025.09.23 20:35|수정 : 2025.09.23 22:15

동영상

<앵커>

구조활동을 하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의 동료들이,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사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죠. 저희 취재진이 당시 이들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육성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먼저 동은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이 엄수됐던 지난 15일.

사고 당일 이 경사와 함께 근무했던 팀원 4명은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른바 '영웅 만들기' 지시와 함께 함구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팀원 : 그 정신없는 와중에 팀원들 컨테이너 뒤쪽으로 부릅니다. 재석이가 저렇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재석이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장 지시 사항이다. ]

그런데 이들의 폭로를 뒷받침하는 육성 녹취 파일을 S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 경사가 병원으로 이송 중이던 지난 11일 오전 10시 14분.

영흥파출소장은 파출소 직원 10여 명을 따로 불러 문제의 '영웅 발언'을 시작합니다.

[영흥파출소장 : 재석이를 이런 얘기하면 안 되지만 영웅으로 만들어야 됩니다. ]

이 경사가 홀로 출동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영흥파출소장 : 혼자 나간 거는 왜 혼자 나갔냐. 일단 드론업체도 우리 직원이라고 봐야 됩니다. 그때 당시에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고 이제 확인하러 혼자 나간 겁니다. ]

드론 업체 직원이 순찰 인원에 포함돼 2인 1조 출동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경 훈령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 수차례 함구령을 내립니다.

[영흥파출소장 : 기자가 와서 물어보면 대답할 필요도 없고. '조사가 끝난 다음에 이렇게 발표하도록 하겠다' 이런 식으로 해 가지고 논리를 좀 만들어줘야 돼. 언행 조심하시고 절대 여기에서 일어나는 거 밖에 옮기고 이렇게 하지 마세요. '누가 무슨 얘기하더라' 그런 얘기해서 의문을 만들 수 있는 건 절대 하지 마세요. ]

그러면서 자신이 한 말이 이광진 당시 인천해양경찰서장의 지시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영흥파출소장 : 이렇게 풀어가자고요. 서장님이 그렇게 풀어가자고. 우리 서장님이 그렇게 풀어나가라고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

검찰은 오늘(23일) 사건 은폐 의혹을 폭로했던 팀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사고 당시 상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녹취 파일 존재를 파악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녹취 파일을 입수해 내용 분석을 마무리하는 대로 이른바 '영웅 만들기'를 통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광진 전 서장과 전 영흥파출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디자인 : 장예은,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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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경 차원에서 고 이재석 경사 순직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한 정황은 또 있습니다. 저희가 사고 당일 작성된 보도자료 초안을 입수해 최종본과 대조해 봤더니, 곳곳에 의심스러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전형우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11일 오전 고 이재석 경사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이 경사가 홀로 출동했는지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해경은 수 시간 동안 답하지 않았습니다.

인천해경에서 보도자료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해경 관계자(사고 당일 통화) : 지금 인천서에서 최종 컨펌(승인)하고 있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

해경은 저녁 6시 41분에야 이 경사의 희생적 면모만 강조한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SBS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해당 보도자료의 초안과 언론에 배포된 최종본을 비교해 보니 사건을 축소하려는 정황들이 발견됐습니다.

초안에 '드론 업체 직원이 70대 고립자를 발견'했다는 부분은,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는 영상을 확인'했다고 바뀌었습니다.

'고립자'에서 '앉아 있는 사람'으로 단어를 바꿔 당시 구조의 긴박성과 필요성을 완화 시킨 걸로 보입니다.

또 이 경사가 '현장으로 즉시 이동했다'고 쓴 부분은 '확인차 현장으로 이동했다'로 수정됐습니다.

이 경사가 출동한 게 단순 확인 작업임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의심되는데, 이는 인천해양경찰서장이 파출소장을 통해 전파했다는 '순찰이 아닌 확인'이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 부분입니다.

[당시 영흥파출소장(사고 당일 녹음) : 서장님이 그렇게 풀어가자고. 한 사람이 순찰을 간 게 아니예요. 확인하러 간 거지. ]

순찰이라고 할 경우 '2명 이상 순찰차 탑승이 원칙'인 해경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자료 최종본의 승인자는 이른바 '영웅 만들기'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된 이광진 당시 인천해경서장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우기정, 자료제공 : 임미애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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