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인 줄 알고 모두 지나쳤지만…간호학과 학생은 달랐다

지하철역에서 쓰러져 방치된 여성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다가가 응급조치로 구한 대학생의 선행이 각박한 세태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오후 5시 45분 구로역 환승 육교에서 한 여성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퇴근 시간대라 행인은 많았지만, 여성이 쓰러진 채 몇 분이 흘렀는데도 지나가며 바라볼 뿐 앞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때 이 여성에게 다가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천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백 모(24)씨였습니다.

백 씨는 여성의 의식과 맥박을 확인하고 상의를 풀어 호흡이 원활하도록 도왔습니다.

이어 여성이 앉은 자세를 취하도록 하고 약 30분간 상태를 살피며 곁을 지켰습니다.

응급조치 덕에 의식을 회복한 여성은 감사 인사를 한 뒤 환승 열차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고 합니다.

상황을 목격한 한 시민은 "다들 술에 취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학생의 행동을 보고 부끄러움과 마음의 울림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백 씨는 "주변에서는 취객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지만, 가까이 가보니 얼굴이 창백하고 땀이 흥건한 데다 호흡도 가빠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간호학 전공으로서 '내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라며 "아직 학생이고 면허도 없어 걱정됐지만, 그 순간은 돕는 게 먼저라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백 씨는 최근 학교에서 호흡기와 심혈관을 배우고, 기본 심폐소생술(BLS) 교육도 수료해 당황하지 않고 응급조치를 떠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의식을 회복한 여성이 제 손을 잡고 '고마워요. 아니, 어떻게 보답하지. 학생 이름이 뭐예요?'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라며 "그 말에 저도 긴장이 풀리며 안도했다"고 했습니다.

백 씨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간호학과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그는 "공부를 하며 간호사가 환자 곁에 가장 오래 머무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라며 "환자에게 가장 든든한 존재로 기억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본인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