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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도 없이"…전문직비자 수수료 대폭인상에 미국 기업 대혼란

김수형 기자

입력 : 2025.09.21 17:21|수정 : 2025.09.21 17:21


▲ H-1B 비자 수수료 인상 발표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전문직 비자인 H-1B 비자 수수료를 현재보다 100배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백악관 대변인이 일회성 납부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예고 없는 정책 급변에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초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 새 방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발표에 포함되지 않자 외국인 직원을 많이 고용한 미국 기업들은 해외 체류 중인 H-1B 비자 보유 직원들에게 급거 귀국을 지시하는 등 대혼란을 겪었습니다.

백악관이 뒤늦게 새 방침이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된다고 설명했지만, 이 내용이 널리 알려지기까지 하루 동안 미국 기업들은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며 대책 마련에 진을 빼야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H-1B 비자 수수료를 현 1천 달러(약 140만 원)의 100배인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로 올린다고 발표하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직원들에게 "H-1B 비자를 소지하고 미국에 체류 중인 경우 당분간 미국에 머물러야 한다"고 공지했습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에 적용되는 비자로, 새 수수료 규정은 미국 동부시간 21일 0시 1분(한국시간 21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됐습니다.

MS의 H-1B 보유 직원은 약 5천200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존과 구글 등 다른 테크 대기업들과 JP모건 등 미국 주요 금융사들도 H-1B 비자 보유자들에게 미국을 떠나지 말라고 경고하고, 해외 체류 직원들에게는 20일까지 즉시 귀국할 것을 강력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외국인 직원 명단을 놓고 필요시 귀국 항공편 예약을 돕기 위해 직원들의 위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외국에서 회의 중 본사의 긴급 연락을 받고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거나, H-1B 비자 수수료 인상 발표 후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의 출장과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미국 이민법 전문 로펌과 변호사들도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하자 하루 종일 전화를 받으며 대응했습니다.

이민법 변호사 섀넌 R.

스티븐슨은 WSJ에 "이번 발표는 아무런 예고도, 암시조차 없이 이뤄졌다. 매우 충격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10만 달러 수수료가 '연간' 기준이라고 언급하면서 매년 10만 달러를 내야 비자 갱신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자 기업들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H-1B 비자의 새 수수료 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커지자 20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엑스(X)를 통해 새 방침이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된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백악관의 추가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고, 많은 H-1B 소지자가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취소하는 등 큰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미국 기업의 상당수 외국인 직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당분간 해외 여행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티븐슨 변호사는 WSJ에 "이것은 H-1B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공격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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