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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협상칩 된 엔비디아…WSJ "젠슨 황, 고난도 외줄타기 중"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9.19 19:36|수정 : 2025.09.19 19:36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이 미중 무역 협상의 주요 협상 카드로 떠오른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고난도의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갈수록 어려운 곡예가 돼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현지시간 18일 오랜 경쟁업체이자 경영난에 허덕이는, 같은 미국 기업인 인텔에 50억 달러(약 6조 9천570억 원)를 투자하고 데이터센터·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양사가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로 엔비디아는 미국에서 박수를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지만, 회사의 앞날에는 장애물이 쌓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황 CEO의 과제는 미국 내에서 입지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방대한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는 것인데, 중국 당국은 최근 자국 빅테크들에 엔비디아의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게 했고, 엔비디아가 자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추가 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화웨이 같은 중국 경쟁업체들은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자사의 AI 칩인 '어센드'의 후속작 출시 일정을 공개하며 사실상 엔비디아 칩을 대체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중국 정부가 위에서 규제로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경쟁 제품을 개발하며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형국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관리들은 여전히 타이완 출신 미국인인 황 CEO를 중국의 친구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AI 칩에서 엔비디아가 가진 우위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처 내고 모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관리들에겐 엔비디아 칩 금지가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따라잡고 자국 내에 공급망을 구축하라고 재촉하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엔비디아는 최첨단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적용한 새 AI 칩 'B30A'를 개발해 중국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지만 미국 정부가 수출을 승인할지는 불확실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 강경파로부터 이를 승인해선 안 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승인하더라도 또 다른 변칙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AI 칩 'H20'의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했다가 재승인하면서 중국 매출액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미 의회에선 일부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국방수권법(NDAA)을 개정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먼저 미국 기업의 수요를 다 충족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미국에 잠재적 수요자가 있다면 사실상 칩 수출이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미중 무역 협상의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19일 이뤄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는 엔비디아에도 잠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관측통들은 틱톡 문제와 더불어 더 강력한 엔비디아 칩의 수출에 대한 협정이 두 나라 간에 이뤄질 포괄적 합의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최근 중국의 단속 강화가 더 강력한 칩에 접근하려는 포석이란 시각입니다.

반면 백악관의 'AI 차르'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 등은 중국의 강경 노선이 자국 기업의 진전된 제조 역량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이라며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칩 수출 통제가 경쟁사인 화웨이나 다른 중국 기업을 도와 이들이 자체 역량을 진전시키고 나중엔 수출까지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퍼대시억 연구원은 "나는 엔비디아의 자리가 부럽지 않다"며 "그렇게 많은 주인을 섬기려는 시도는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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