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간) 체커스에서 공동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영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불법 이민 대응에 군을 투입하라고 조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공식 별장인 체커스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소형 보트로 영국에 들어오는 이주민 문제에 대해 "나라면 그걸 멈출 것이라고 총리에게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을 불러도 상관없고, 어떤 수단을 쓰든 상관없지만 (내버려 두면) 내부로부터 나라를 파괴할 것"이라며 "우리는 실제로 우리나라로 들어온 많은 사람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이후 불법 이민 단속을 대폭 강화해 왔으며 남쪽 국경 보안을 지원하기 위해 군을 배치했습니다.
소형보트로 영국해협을 건너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 문제는 영국 정부가 직면한 난제입니다. 올해 들어서 이렇게 들어온 사람은 3만 1천여 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38% 늘었습니다.
스타머 정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불법 이주민을 영국이 프랑스로 송환하고 같은 수의 이주민에게 영국 망명을 허용하는 '원 인, 원 아웃'(One in, one out)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적은 수의 이주민에 대해 시행하는 시범적인 제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에 이 협정에 따른 첫 이주민을 프랑스로 송환했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묘책은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일간 가디언은 이민 문제에 군을 동원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을 이번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장 '어색한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영국 매체들도 대체로 이번 기자회견, 나아가 16∼18일 국빈방문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되던 언행은 거의 보이지 않아 영국 총리실로서는 안도할 만한 분위기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계획을 놓고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간단하게 말했을 뿐 거친 비판을 쏟아놓지 않았습니다. 스타머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날카롭게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손을 뻗어 총리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으로 해임된 피터 맨덜슨 주미 영국 대사 해임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를 모른다"며 피해 갔고, 스타머 총리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가볍게 넘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미 부통령이 거듭했던 '영국에 언론의 자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별달리 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찰스 3세 국왕이 윈저성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특별한 유대 관계를 강조하면서 이번 국빈 초청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커스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가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