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한강 버스 첫날 10분 만에 매진…승객들 "폭우 걱정" "출근용 의문"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9.18 14:10|수정 : 2025.09.18 14:10


▲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을 시작한 18일 서울 송파구 한강버스 잠실 선착장에서 시민들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12시 30분 한강버스 150석도 매진입니다. 다음 배는 2시예요."

오늘(18일) 오전 10시 30분쯤 한강버스 마곡 선착장은 한강을 누빌 새 수상교통수단인 한강버스 첫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습니다.

마곡 선착장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도보 10분이면 도착해 이동하기 편했습니다.

맑은 날씨를 즐기며 배를 타려는 가족, 청년들부터 자전거를 싣고 잠실로 가려는 이들까지 다양했습니다.

시민들은 저마다 선박과 선착장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출발 30분 전인데도 선착장 밖까지 사람들이 늘어서자 한강버스 직원들이 11시 배를 탈 수 있는 대기표 150장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마감됐습니다.

11시 배가 떠나 조금 한산해지자 다음 편인 12시 30분 배에 탑승하기 위한 대기표를 배부했는데, 이 역시 11시 10분쯤 매진이었습니다.

운항 첫날 사람들이 몰리자 임시 대기표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혼란도 빚어졌습니다.

일찌감치 도착해 기다렸는데도 대기표를 못 받은 사람이 많아 곳곳에서 "이미 티켓을 구매했는데 왜 못 탄다는 거냐"는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선박장 키오스크에서는 어린이·청소년 티켓을 구매할 수 없어 몇몇 시민이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4살 아이를 데려온 박 모(38) 씨는 "어린이 표 발권하는 창이 아예 없고 오로지 성인 요금만 받는다"면서 "직원들이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타라는데 배 위에서 2시간을 어떻게 그러냐"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이어 "매진이면 헛걸음하지 않게 팻말이라도 써 둬야지 그마저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12시 30분이 되자 마곡 선착장에서 한강버스가 정시 출발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습니다.

승객들 대부분은 창가 좌석 쪽에 앉은 뒤 통창을 통해 한강의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QR코드를 이용해 승선신고를 한 뒤 갑판에 나가 강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좋다", "멋있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좌측에서 멀리 보이는 북한산부터 앞쪽에서 보이는 여의도 마천루, 우측 한강 변 녹지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한강의 풍광은 아름다웠습니다.

한강버스의 속도는 시속 22∼23㎞로 자전거보다 조금 빠른 정도지만 눈요기를 즐기다 보니 느리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기온은 24도 안팎이었는데 선내는 에어컨이 가동돼 시원했습니다.

소음도 옆 사람과 조용히 대화하기에 문제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정식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가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선착장을 출발해 뚝섬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한강버스를 여가용만이 아니라 출퇴근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10시부터 나와 탑승하기 위해 기다렸다는 조 모(36) 씨는 "마곡에서 2시간 걸려 잠실까지 출퇴근한다면 무리겠지만 여의도가 직장이라면 충분히 이용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이 모(26) 씨는 "다른 대중교통은 한 번 놓치더라도 15분쯤 지나 다음 차가 오는데 한강 버스는 90분 후에야 온다"면서 "출근용으론 탈 수 없다는 거다. 여행용, 관광용으로는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리면 결항하거나, 운항 중일 땐 인근 선착장에 하선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조 씨는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갑자기 내리라고 하기보다는 미리 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갑자기 결항한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가용으로는 이만한 교통수단이 없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 모(68) 씨는 "자전거를 싣고 가려한다. 배를 타고 가 잠실에서 운동하고 다시 한강버스로 돌아올 것"이라며 "2시간이 조금 긴 듯해도 바쁘게 갈 이유가 없어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오늘 한강버스 정식운항에 맞춰 시승식도 열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승 행사에서 "이 교통수단은 다른 교통수단이 가지고 있지 않은 개성이 있다"면서 "도시 생활 속 스트레스와 압박으로부터 힐링, 자유, 치유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오 시장은 "정식 운항 시작 이후 두 달 내로 평가가 이뤄지고 내년 봄이 되면 본격적으로 가늠이 가능한 시점이 될 것"이라며 "생각보다 느리다는 걱정이 많은데 모든 것은 서울 시민들의 평가와 반응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