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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이 길 가던 초등생에 "예쁘다"…덕담인가 범죄인가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9.18 11:39|수정 : 2025.09.18 11:41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전북 군산시에 사는 70대 A 씨는 지난 8일 한 초등학교 앞에서 여자 초등생 B양에게 "예쁘다"고 말을 걸었다가 난감한 처지에 몰렸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쯤 차를 타고 가다가 창문을 열고 길가의 B양에게 '덕담'을 건넸습니다.

딸로부터 이 상황을 전해 들은 B양 부모는 유괴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임의동행됐습니다.

일반적이지 않게 차를 탄 채 '굳이' 말을 걸었기에 오해받기 충분했습니다.

A 씨는 "아이가 예뻐서 예쁘다는 취지로 말만 하고 지나간 것일 뿐 유괴 목적은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경찰은 A 씨와 B양 진술을 고려했을 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A 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구두 경고했습니다.

전주시 덕진구에 사는 김 모(46)씨도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예비 성범죄자'로 몰리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서먹함 깨기' 차원에서 말을 건넸다가 겁에 질린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서둘러 빠져나간 것입니다.

당황한 김 씨는 괜히 말을 걸었다는 후회를 했습니다.

김 씨는 "딸 또래로 보여서 '어느 학교에 다니냐'고 말을 걸었다가 아이의 행동에 당황했다"며 "그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후회도 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미성년자에게 "예쁘다"라거나 안부를 묻는 게 전통적 차원의 덕담일까? 일선 경찰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여성·청소년 범죄를 장기간 담당한 전북 경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의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시 상황과 의도성을 먼저 들여다보고 전과 조회한 뒤 동종범행이 있으면 더욱 면밀히 살펴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경찰은 "예전 성범죄 사건이 횡행했을 때 남성들이 길거리를 지나면서 의도적으로 '열중쉬어' 자세로 다니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웃픈(웃기고 슬픈) 사례지만 현실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자 아예 말을 안 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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