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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택시 운전하며 연출"

입력 : 2025.09.18 10:35|수정 : 2025.09.18 10:35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정부 탄압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을 이어간 불굴의 시간에 대해 말했다.

18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나는 사회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인이 사회에 대한 영화를 제작한다면, 특히 자신이 속한 사회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면 사회파라고 볼 수 있다"며 스스로를 '사회파 감독'으로 정의했다.

이란에서, 이란 사회를 비판한다는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억압받았던 지난한 시간에 대해서도 회고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나는 정부로부터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직접 찍은 경우(영화 '택시', '노 베어스')도 있었다. 그 처분을 받았을 때 나는 내면으로 조금 더 들어갈 수 있었고 모든 아이디어가 내 내면에서 나오는 경험을 했다"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안을 모색할 수 있었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 처분을 받았을 때 '영화 제작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택시 운전은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카메라를 숨겨서 사람들을 찍어볼까라고 생각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택시'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스스로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 내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다. 영화인,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나는 그렇게 찾았다. 이번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자파르 파나히
그의 말대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 촬영, 출연 등 영화 전반적인 과정을 직접 한다. 이는 제작 규모를 줄여 정부의 눈을 피하기 위함도 있고,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그렇게 완성한 '택시'(2015), '노 베어스'(2024) 등의 작품은 자파르 파나히를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2022년 구금 해제 이후 완성한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던 '바히드'가 자신을 지옥으로 이끌었던 남자를 어떤 소리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복수극이다. 지난 5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자파르 파나히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2000년)과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2015년)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석권이라는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전 세계 감독 중 네 번째에 해당하며, 현존하는 감독 중에는 유일한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그저 사고였을 뿐', 10월 1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도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제1회 영화제(1996)에 자신의 데뷔작 '하얀 풍선'이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총 12편의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바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을 확정하며 영화제에 대한 의리를 보였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자신의 스레드에 高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추억하고 회고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능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후 꾸준히 그의 영화 세계를 팔로우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해왔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됐으며,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사진 = 백승철 기자>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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