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자리에 서며 중국, 러시아와 버금가는 위상을 과시한 김정은. 김정은이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에 돌아와서 국가 위상을 자랑하고 충성을 독려하는 이른바 '국뽕'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기게양식과 중앙선서모임 개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만수대의사당에 고위간부들과 나라에 기여한 각종 공로자들을 모아놓고 행사를 개최한 것인데, 행사장에 북한 깃발을 게양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선서하는 행사였습니다.
9월 9일이 북한 정권 수립일이기는 하지만 국기게양식이라는 행사를 연 것은 다소 뜬금없는 측면이 있는데, 아마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중국 깃발이 멋있게 게양되는 것을 보고 북한도 비슷한 행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국기게양식은 그리 멋있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 의장대가 깃발을 호위해 엄숙하게 게양의식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국기가 게양되자마자 바로 풀이 죽어 늘어진 채 깃대 위로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실내인 만수대의사당에서 게양행사를 하다 보니 바람이 없었고 이로 인해 커다란 깃발이 게양되자마자 축 늘어진 것입니다.
게양하자마자 풀이 죽어 늘어진 북한 깃발
국기게양식에 이어 열린 기념선서.
빨간 천을 손에 든 김정은 총비서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이 선서를 했는데, '몸과 마음을 바쳐'라는 문구에서 문득 예전 남한의 '국기에 대한 맹세'를 떠올리게 합니다.
"국가수반의 선창에 따라 지도간부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조선인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민의 복리와 국가의 장성발전을 도모함에 언제나 무한히 성실하며 공화국 헌법을 철저히 수호하고 법적 의무를 엄격히 이행하며 사회주의 이념과 사회주의 제도를 굳건히 고수하고 사랑하는 조국에 충성하여 그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무궁토록 이어가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쳐나갈 것을 성스러운 국기 앞에 엄숙히 선서하였다."
- 조선중앙통신, 지난 10일
김정은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어진 연설에서 북한의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새 조선의 창건이 선포된 그 날로부터 시작된 77년간의 강국건설 위업은 지금 우리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로써 긍지높이 총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써도 우리 국가의 절대적 지위와 안전을 다칠 수 없으며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융성 시대의 거세찬 흐름은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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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사회주의, 그 길이 유일무이한 정로였다는 것입니다. 바로 사회주의가 안고 있는 정의와 진리의 힘이 있었기에 자기 조국의 운명을 외부의 그 어떤 선택에도 내맡기지 않을 강력한 정치체제와 강건한 국력을 건설할 수 있었고 오늘과 같은 영광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 조선중앙통신, 지난 10일
북한의 모든 행사가 관제행사가 아닌 것이 없지만, 특히 이번 국기게양식과 중앙선서모임은 보는 사람을 오그라들게 만들 정도로 충성, 충성을 다그치는 행사였습니다. 이른바 최고의 '국뽕' 행사를 개최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김정은이 자신과 북한의 위상에 대한 자신감에 넘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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