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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뭇거뭇 먼지 속 '수북'…42억 원어치 팔렸다

장훈경 기자

입력 : 2025.09.16 21:12|수정 : 2025.09.1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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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약 재료로 쓰이는 얇게 썬 녹용을 허가받지 않고 만들고 이걸 불법 유통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무허가 시설에서 비위생적으로 제조돼 안전을 담보할 수가 없는데 무려 42억 원어치가 전국의 한의원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장훈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북하게 쌓여 있는 통 사슴뿔, 녹용이 보입니다.

러시아와 뉴질랜드에서 들여온 녹용을 작게 잘라 가공하는 공장입니다.

[녹용 절편 제조 공장 관계자 : 이렇게 들어와서 썰어달라고 온 거예요.]

토치 불로 녹용의 털을 태워 제거한 뒤 기계로 썰고 말리는데, 작업대엔 그을음이 잔뜩 꼈고 바닥도 온통 먼지 투성입니다.

[식약처 수사관 : 거모(털 제거) 다 하셨네, 보니까 이거 봐 다 거모 하시고. 냄새가….]

소독과 약성 강화를 위해 녹용을 담그는 알코올은, 한 번 쓰고 버려야 하지만 계속 재사용해 쓰고 있습니다.

이런 무허가 시설 세 곳에서 3년여간 녹용 절편 6.4톤, 약 42억 원어치를 시중에 공급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김영조/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 : 안 좋은 성분에 의한 교차 감염이 그대로 전이가 될 수 있고 검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1kg당 100만 원 정도인 정상 공급가격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다 보니, 유통업자들은 무허가 제품인 걸 알면서도 사들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유통업자들은 의약품 도매상과 한의원에 납품할 땐, 식약처의 인증 표시가 찍힌 정품 상자에 재포장해 눈을 속였습니다.

무허가 녹용 절편을 납품받은 한의원과 의약품 도매상은 전국 210여 곳에 이릅니다.

[약재상 : (무허가인지) 알 방법이 없죠. 어떻게 알아, 모르지. 누구도 모르죠, 그건. 사는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죠.]

식약처는 녹용 절편을 무허가로 제조, 판매한 4명과 유통업자 37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문제의 제품은 한의원 등에서 회수해 폐기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상민, 화면제공 :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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