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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7 블랙홀 4년만 자기장 뒤집혀…"예측보다 역동적이고 복잡"

한승희 기자

입력 : 2025.09.16 18:30|수정 : 2025.09.16 18:30


▲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관측한 다년간 블랙홀 자기장 변화

인류 최초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국제공동연구팀이 2017년 첫 촬영 이후 4년에 걸쳐 찍은 블랙홀 영상에서 자기장 패턴이 뒤집힌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연구팀이 공개한 M87 은하 중심 블랙홀 영상은 2021년 관측 자료로, 2017년 인류 최초 블랙홀 영상, 2018년 후속 영상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앞선 영상과 비교하면 중심부 그림자와 고리 모양, 크기는 그대로였지만 2017년 영상과 비교하면 빛의 편광 회전 방향이 정반대로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며 이동하는데 한 방향으로 진동하면 편광 됐다고 합니다.

블랙홀 주변 플라스마에서는 입자가 강한 자기장에 따라 움직이며 편광 된 빛을 관측하면 자기장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연구팀 분석 결과 2017년에는 자기장이 한 방향으로 나선형을 그리다 2018년에는 안정됐고, 2021년에는 반대 방향으로 뒤집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M87 블랙홀 근처 자기장이 구조적으로 바뀌었거나 플라스마와 뒤섞이며 빛의 편광면이 자기장에 의해 변하는 '패러데이 스크린'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지평선 부근 자기장과 물질이 예측보다 역동적이고 복잡한 운동을 한다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박종호 경희대 교수는 "편광 패턴이 4년 사이 방향을 뒤집은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는 기존 모델에 도전하며 사건지평선 근처에서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김재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사건지평선 주변에서는 고온·고압 플라스마가 순식간에 블랙홀로 떨어지거나 분출한다"며 "이 흐름이 주변을 휘저어 편광 변화를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2017년과 2021년 사이 편광 방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 모델
연구팀은 이번 관측에서 처음으로 블랙홀 고리에 연결된 제트 기저부의 방출 신호를 포착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제트는 블랙홀에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되는 고에너지 입자 흐름입니다.

지구 크기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인 EHT는 전파망원경의 추가와 기존 망원경의 고도화 등으로 점차 감도와 영상 선명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발견도 이에 따른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제트는 은하 진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별 형성을 조절하고 거대한 규모에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만큼 우주 현상 이해에 필수적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EHT는 2017년부터 2018년, 2021년, 2022년, 2024년, 2025년 M87을 계속 관측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세계 최초로 3개월관 집중 관측을 통해 2주당 1장 수준으로 포착하는 블랙홀 동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EHT 관측에는 박 교수와 김 교수 연구팀을 비롯해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도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연구진은 블랙홀 주변 자기장 모습 변화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김 교수는 EHT 과학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장기 과학 연구목표 및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천문연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도 지난해부터 관측에 직접 참여해 왔으며 내년 동영상 관측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천문연 손봉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결과를 비롯한 주요 연구를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이끌고 있으며,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역시 한국이 주도하는 등 사건지평선망원경의 블랙홀 연구에서 한국은 이제 핵심 국가라고 자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9월호에 실렸습니다.

(사진=EHT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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