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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넘게 찔러 살해, 피 묻은 발자국…판결 뒤집혔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9.16 15:02|수정 : 2025.09.16 17:21


▲ 영장 심사 출석한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20년 만에 전모가 드러난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60대가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오늘(16일) A(60) 씨의 살인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인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핵심 증거 '피 묻은 족적'과 피고인의 샌들 간 일치 여부에 대해 1심은 일치한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서까지 이뤄진 총 5번의 족적 감정 결과 3번의 감정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번은 '양 족적 사이에 동일성을 인정할만한 개별적인 특징점이 없다'고 본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숙련도나 감정 기간, 방법의 차이점 등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개별 특징점을 발견해 족적이 같다고 본 3번의 감정도 그 특징점이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문이나 DNA 등 다른 보강자료 없이 오로지 족적 감정만 있는 상황에서, 족적 감정 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을 이 사건 범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제한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간접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A 씨는 39세였던 21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모 영농조합법인 간사 B(당시 41세) 씨의 목과 배 등을 십 수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년 만인 지난해 7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수사기관은 A 씨는 당시 30대 중반 여성 C 씨와 교제 중이었으며, C 씨가 영농조합법인 간사인 피해자 B 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범행을 계획하고 알리바이도 만들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장기 미제인 이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B 씨 피살 장소에서 확보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 씨 샌들의 특징점 17개가 99.9%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내용 등 재수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11월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로 A 씨가 C 씨의 낙태 수술 비용을 2회 지불한 사실, PC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C 씨와의 성관계 영상 확보, C 씨에게 전자우편으로 연애편지를 보냈던 사실을 파악해 치정에 의한 살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년 7개월여에 걸친 보완 수사 끝에 A 씨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내렸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A 씨는 곧장 풀려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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