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이 오는 16일(현지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를 적용하게 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미국을 다녀간 데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아 국익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미국과 합의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6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15% 관세를 적용한다고 15일 연방 관보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현행 27.5%에서 15%로 낮아집니다.
반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25% 관세가 계속 적용돼 일본보다 10%포인트의 관세를 더 부담하게 되며,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지난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25%를, 지난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기존 관세에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이후 한국(7월 30일 타결)과 일본(7월 22일 타결) 모두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협상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빚으면서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바로 낮추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뒤에야 지난 4일 미일 무역 합의를 공식적으로 이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 시행이 이날 관보를 통해 확정된 것입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미국이 약속한 자동차 관세 인하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미국이 유리해 보이는 합의를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한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과 유사한 합의를 받아들이라고 종용함에 따라 한국은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서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낮추는 대신 한국은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3천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이행 방안이 핵심 쟁점인데 한국은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보증으로 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같은 사실상의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5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는데 대미 투자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투자 이익은 투자 원리금 변제 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절반씩 나눠 갖고 변제 후에는 미국이 90%를 갖는다는 조건입니다.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져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일본은 45일 이내에 자금을 대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올릴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조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취재진에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여 본부장은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게 우리한테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것에 대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여 본부장은 이르면 오는 16일 자신의 대화 상대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를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어 대표는 미중 무역 협상 참석차 이날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었으며 이후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그리어 대표의 소관은 무역장벽이고, 대미 투자 방식 협상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어 여 본부장과 그리어 대표 간 회담에서 투자 방식 관련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