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타냐후, 트럼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 여파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중동 평화 구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다시 한번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간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랍·이슬람 긴급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가 역내 관계 정상화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입니다.
로이터가 입수한 결의안 초안은 "카타르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혹한 공격과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인종청소, 기아, 봉쇄, 식민지화 활동과 확장 정책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적대 행위는 역내 평화와 공존의 전망을 위협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행동들은 현재의 협정과 미래의 협정을 포함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성취된 모든 것을 위협한다"며 이스라엘의 군사적 강경 노선이 지금까지의 외교적 노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9일 카타르에 체류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열립니다.
하마스는 이 공격으로 대원 5명이 숨졌지만 지도부는 무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의 주요 중재국인 카타르를 공습하자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국교를 맺는 등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도 등을 돌렸습니다.
UAE는 지난 12일 이스라엘 대사 대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UAE는 카타르의 안정이 곧 걸프 지역 전체의 안보·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하며 아랍 국가 간의 연대를 과시했습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인 2020∼2021년에 미국 중재로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4개국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한 일련의 협정을 의미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해 친미 중심의 새로운 중동 질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으나 가자전쟁과 중동 지역 긴장 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친미 걸프 국가인 카타르를 공습한 이후 아랍권 국가들이 연대에 나서면서 아브라함 협정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들여 쌓아 온 중동 평화 구상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호통을 치는 한편 카타르를 다독이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카타르를 "긴밀한 동맹국"으로 옹호했습니다.
그는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카타르는 매우 훌륭한 동맹국"이라며 "이스라엘과 우리 모두는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을 공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으로 동요하는 아랍 국가들을 달래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에 무모한 행동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제노사이드 학자 협회인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를 비롯한 여러 단체는 이스라엘이 약 2년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군사 작전이 대량학살의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지금까지 어린이 1만 8천여 명을 포함해 6만 4천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