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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조희대 사퇴 요구 원칙적 공감' 아니라면? [스프]

양만희 논설위원

입력 : 2025.09.15 17:30|수정 : 2025.09.15 17:30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
여당에서 제기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했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이 정정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대법원장 사퇴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테니 엄청난 뉴스가 될 일이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은?" 질문에...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늘 오전 브리핑)
발단은 대통령실 오늘 오전 브리핑이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어제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강유정 대변인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아직은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 부분에 대해 시대적,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늘 오전 브리핑

이 발언 이후 곧바로 속보 기사가 떴습니다.
[속보] 대통령실, 與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

이 속보 기사를 출고한 기자의 머릿속에서는,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이 특별한 입장은 없다지만, 국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시대적, 국민적 요구라면 사법부는 그 요구에 대해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라는 식으로 정리가 됐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대통령실,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으로 단순해진 셈입니다.

강 대변인은 이 속보 기사가 나가자, 정정을 요구하는 브리핑을 했습니다.
"속기록을 보더라도 제 의사는 두 부분으로 잘려져 있습니다. 그 부분(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구체적 의견은 아직 없다는 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고, 그러나 3권 분립에 있어서 선출된 권력이 어떤 의사에 대해서 표현하면 임명 권력은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원칙적 공감이라는 얘기입니다."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오전 추가 브리핑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 실제 인식은?
그러니까, 애초 브리핑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가 입법부서 논의되는 바를 보면서 스스로를 돌이켜봐야 한다는 메시지였다는 것입니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에 관한 유사한 메시지는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냈던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얘기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했던 것이고, 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강 대변인의 말대로 2개의 메시지가 연달아 제시된 것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퇴 요구에 대해 조 대법원장이 돌이켜봐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대통령실이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적어도 '그런 요구가 나올 만하다고 인식한다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으로까지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이 일을 계기로 최근 사법개혁 논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에 관한 낸 메시지는 여권의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대통령실 대변인이 몇 차례 언급했던 것이고요.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고, "모든 것은 국민에 달렸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권분립에 대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입법부가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면, 그렇게 설정된 구조 속에서 사법부가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구조를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의 우위' 논리와 '견제와 균형'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권한과 역할은 헌법에 정리돼 있고, 삼권분립의 요체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입법을 통해 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권한을 국회가 갖고 있다고 했을 때, 사법부의 뜻은 무시하며 배제하고 국회 의지대로 밀어붙여도 되는 것일까요? 지금 사법부가 불만을 갖는 것도, 이전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가 아예 배제된 사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국회가 국민의 뜻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기에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크다고 해도, 사법부의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법부가 민주적 정당성에 기초해 구성된 입법부와 행정부에 의해 구성되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헌법적 정당성에 기초해 국민의 권리 보장과 권력 견제를 위해 기능하는 기관입니다. '직접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위'라는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지금 대법원장이나 내란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장에 대해 불만이 크고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도, 사법부가 입법부 아래 있다는 인식과 논리에 근거해 일을 추진하면 '견제와 균형'은 깨지게 됩니다. 지금 국회가 민주당 절대 다수 의석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국회가 아닌 특정 정파의 밀어붙이기 입법으로 사법 시스템이 바뀐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질 것입니다.


다시 불붙은 대법원장 사퇴 요구...'사법개혁' 도화선?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지난 12일 법원의 날 기념식, 맨 아래 인물이 대법원장)
어제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에 이어 오늘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한 뒤에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장 사퇴 요구가 들끓었습니다. 그 뒤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관련 재판들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사퇴 요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다가 내란 사건 재판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난주 전국 법원장들이 모여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사법부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대응 입장을 정리하면서, 내란재판부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자 다시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권에서 제기된 내란재판부 설치 주장은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입법 의지가 있기보다는, 내란 사건 등을 진행하고 있는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됐지만 구체적인 입법 진전이 없었고, 지금은 내란'전담'재판부 쪽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박찬대 의원 등이 발의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 재판장과 판사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회와 법원 판사회의, 대한변협이 각각 3명씩 추천한 9명의 후보 중에 특별재판부 재판장과 판사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재판부 구성에 법원 바깥의 국회와 변호사단체가 개입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고, 재판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위해 어느 재판부에 사건을 맡길지를 전자배당을 통해 무작위 방식으로 하는데 이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재판을 맡겼다가 나중에 헌법재판소에서 특별재판부에 대해 위헌 결정이라도 하는 날에는 특별재판부의 판결마저 무효가 될 수 있으니 마냥 밀어붙일 일도 아닙니다. 그러자 법원 외부의 개입이나 참여 없이, 대법원장 주도로 법원 내 특정 재판부에 내란 사건을 맡기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대안으로 논의되게 된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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