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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계획 꼬이는 KF-21…"늦으면 후회하리"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 2025.09.15 09:09|수정 : 2025.09.15 09:09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예상 밖 난관을 만났습니다. 내년 공대공 미티어 미사일 도입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고, 군의 검증 소요를 마친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개발 계획도 중단됐습니다. 세계적인 공대공 미사일 도입과 공대함 미사일 독자개발에 동시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KF-21 전투기 개발이 순항한다고 안심할 일이 아닙니다. 전투기는 미사일 쏘는 항공 플랫폼입니다. KF-21용 미사일의 도입과 개발이 속속 허탕을 치면 KF-21의 안보적 가치와 수출 가능성이 동시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KF-21의 위용을 드러내고 싶으면 세계적인 미사일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미사일 독자개발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전투기 사업의 화룡점정은 빼어난 미사일 확보에 있습니다. 미사일 시원치 않은 전투기는 그저 한두 사람 태우고 다니는 항공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KF-21 시제기에서 공대공 미티어 시험탄 분리 시험을 하고 있다. 

내년 KF-21 공대공 예산 0원

우리 군은 올해 KF-21의 공대공 미사일로 미티어 100발 이하를 계약했습니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최초 양산분 20대에 대당 4발을 장착한다 치면 공대공 무장 출격 가능 횟수는 1.25회로 나옵니다. 최소한의 공대공 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KF-21 20대 추가 양산이 시작됐습니다. 20대 추가 양산분에 장착할 공대공 미사일은 어떻게 될까요? 내년 공대공 예산으로 한 푼도 배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존 계약한 미티어 100발은 KF-21 최초 양산 20대, 추가 양산 20대 등 40대에 대한 공대공 무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전투기 40대에 공대공 미사일 100발이면 대당 2.5발에 불과합니다. 1회 출격 4발 무장 기준도 못 맞춥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정부 예산이 한정돼서 미사일들은 후속 사업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돈 생기면 사겠다"는 말인데 미사일 시장은 우리 정부의 사정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 이후 미사일 가격이 폭등했고,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제때 계약 못하면 훨씬 많은 돈 내놓고 인수 시기는 하세월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미티어를 합리적 가격에 사들일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음이 정부와 군에서 몇 번 울렸던 것입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미사일 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방사청에 여러 번 접수됐지만 묵살됐다", "내년 미티어 예산이 사라진 것은 KF-21 개발 사업의 관리가 제대로 안된 결과"라고 꼬집었습니다. 공대공 도입 계획이 꼬인 가운데 가까운 장래에 더 비싼 공대지 미사일도 확보해야 합니다. 미사일 도입 방정식이 대단히 어렵게 됐습니다.
 

공대함 독자개발 계획 중단

KF-21에서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상도
해외 도입이 뜻대로 안 되면 독자개발에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할 텐데 이마저도 난항입니다.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독자개발 계획에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사업 타당성 미확보' 판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유는 낮은 장거리 교전 확률도 있지만 당초 계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예산이 컸습니다.

공대함 계획이 접힘에 따라 KF-21의 전투력 완성 시점이 멀어지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타격은 KF-21의 수출 경쟁력 저하입니다. 전투기의 해상 작전 수요가 많은 나라들은 공대함 무장의 전투기를 선호하는데 이런 나라들은 공대함 없는 KF-21에서 매력을 못 찾습니다.

"전투기가 먼저냐, 미사일이 먼저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난제와 비슷합니다. 요즘 들어 짱짱한 미사일을 갖고 싶어 맞춤한 전투기를 사는 국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미사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추세입니다. 우리만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습니다. 눈앞 계산기에 찍힌 숫자에 매몰돼 KF-21용 미사일의 도입과 개발을 늦추면 머지않아 찬바람 부는 무기고를 보며 발만 구르는 사태를 맞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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