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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찰리 커크 암살범, 한때 장학생이었다가 정치성향 강해져

전형우 기자

입력 : 2025.09.13 04:02|수정 : 2025.09.13 04:02


▲ 찰리 커크 암살 사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 머그샷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유명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총격 살해한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립니다.

공화당 소속인 유타 주지사 스펜서 콕스는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커크 암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이 체포됐다고 밝히면서 그의 가족이 로빈슨의 근래 동향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성향이 강해졌다. 특히 커크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또 콕스 주지사의 발표에 따르면 로빈슨의 가족은 이번 사건 전에 로빈슨이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커크의 단체가 주최하는 유타밸리대 행사를 언급했다고 수사관들에게 진술했습니다.

총격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소총 탄피와 발사되지 않고 남은 탄약에는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는 문구와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노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벨라 치아오'(Bella cia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콕스 주지사는 전했습니다.

이 문구가 암시하는 노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파시스트 저항군이 부른 것으로, 여전히 이탈리아 좌파 진영에서 파시즘 종식을 기념하기 위해 불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설명했습니다.

로빈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당국이 수사 중입니다.

로빈슨이 체포된 것은 전날 밤 10∼11시쯤으로, 자이언 국립공원 근처인 유타주 남서부에 있는 자택에서 붙잡혔습니다.

수사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AP통신에 따르면 로빈슨의 아버지는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수배 사진에서 아들을 알아보고 자수를 권유했으며, 로빈슨은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그의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한 목사의 설득 등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콕스 주지사의 발표에 따르면 로빈슨의 가족은 한 지인에게 이를 알렸고, 이 지인이 당국에 연락해 "로빈슨이 범행을 자백하거나 암시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콕스 주지사는 "올바른 선택을 한 타일러 로빈슨의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로빈슨은 가중 살인, 중대한 신체 상해를 초래한 총기 사용, 사법 방해 혐의로 체포돼 유타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습니다.

판사는 보석 없이 구금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낮 유타주 유타밸리대학 캠퍼스에서 '터닝포인트 USA'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 단체 대표 커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로빈슨은 행사장에서 약 18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고성능 소총으로 단 한 발만 발사해 커크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CNN 방송은 공개 기록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토대로 로빈슨이 우수한 고등학교 학업 성적으로 유타주립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영상에는 그가 장학금 수여 통지서를 읽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유타주립대 대변인은 로빈슨이 "2021년 한 학기 동안 잠시 재학했다"고 이날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암살 사건이 벌어진 곳은 유타주립대가 아닌 유타밸리대학입니다.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돼 있으나, 근래 있었던 최소 두 차례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아 '비활동' 유권자로 분류돼 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암살된 커크는 우익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로 미 청년층의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활동가이자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꼽힌 인물입니다.

JD 밴스 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추모 글에서 "이 행정부에서 우리가 거둔 성공의 많은 부분은 찰리의 조직력과 소집 능력에서 비롯됐다"며 "그는 단순히 2024년 승리를 도운 게 아니라 우리가 정부 전체 인력을 구성하는 것을 도왔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커크 암살 용의자 체포 사실을 알리면서 "나는 그(용의자)가 사형 선고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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