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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취소·할리우드 서명…문화예술계 이스라엘 보이콧 확산

윤창현 기자

입력 : 2025.09.12 13:51|수정 : 2025.09.12 13:51


▲ 2024년 7월 13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리셉션 무대에 이스라엘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서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집단학살'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 세계 문화예술계에서 '이스라엘 보이콧'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벨기에의 '플란데런(플랑드르) 헨트 축제' 주최 측은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라하브 샤니 지휘 독일 뮌헨 필하모닉의 공연을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현지시간 10일 공지했습니다.

텔아비브 태생이며 이스라엘 국적 유대인인 샤니는 뮌헨 필 수석지휘자 내정자이며 내년 9월에 공식 취임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직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직을 맡고 있습니다.

축제 주최 측은 벨기에 문화장관, 헨트 시의회, 헨트 문화계 등의 요구에 따라 "텔아비브 소재 집단학살 정권"과 명확하게 거리를 두지 않는 파트너들과는 협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라하브 샤니는 과거에 평화와 화해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몇 차례 했으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서 그의 역할을 감안해 볼 때 우리는 텔아비브 소재 집단학살 정권에 대한 그의 입장이 충분히 명확한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샤니 측은 입장을 묻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질문에 답변을 사양했으며, 그의 소속 기획사는 "라하브 샤니는 뮌헨 필하모닉의 유럽 투어 중 나머지 부분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볼프람 바이머 독일 문화장관은 "특급 독일 오케스트라와 그 악단의 유대인 수석지휘자의 초대가 취소됐다. 이는 유럽의 수치"라며 "이는 순전한 반(反)유대주의"라고 축제 주최 측의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영화계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영화인들'(Film Workers for Palestine)이라는 단체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보이콧 서약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11일 이 서약운동에 유명 배우와 감독 등 할리우드 영화인 4천여 명이 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약서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한 집단학살과 인종분리에 연루된" 축제, 영화관, 방송사, 제작사 등 이스라엘의 영화 기관들과는 출연, 행사 참석 등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이번 서약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수천 명이 참가한 데 이어 나왔습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유럽 최대 팝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의 내년 대회에 이스라엘의 참가를 놓고 보이콧 방침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는 이스라엘의 내년 유로비전 참가가 확정될 경우 자사는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끔찍한 인명의 손실을 고려할 때 양심에 반하는" 유로비전 참가를 할 수 없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슬로베니아의 국영방송 RTVSLO도 이스라엘이 참가할 경우 불참하겠다고 밝혔고, 어니스트 우터슨 스페인 문화부 장관도 이스라엘이 대회에 참가한다면 스페인은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참가에 반대하며 대회를 보이콧하는 방송사가 늘어난다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내년 대회 참가국은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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