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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카타르, 도하 하마스 건물 공습 놓고 정면 충돌

윤창현 기자

입력 : 2025.09.11 16:34|수정 : 2025.09.11 16:34


▲ 현지 시간 지난 9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도하의 건물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 체류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표적 공습한 뒤 양국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시간 10일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대사가 하마스 지도부가 이번 공격에서 살아남았더라도 다음번에는 반드시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도하에 체류 중인 하마스 최고 지도부 인사들의 주거지를 공습했습니다.

하마스는 수석 협상가 칼릴 알하이야의 아들을 포함해 대원 5명이 사망했지만 고위 간부들은 무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레이터 대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경고한다. 그들이 어디에 있든 추적하고, 우리를 파괴하려는 자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 인사들은 수년간 도하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은 그간 반복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하마스 지도부를 섬멸하겠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과거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2013년 10월 7일 자국을 기습 침공한 하마스를 동일시하며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 공습을 정당화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지 시간 10일 저녁 영상 성명에서 "카타르를 비롯해 테러리스트를 숨겨주는 모든 국가는 그들을 추방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추적하고,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던 것과 이스라엘의 이번 도하 공습이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미국이 빈 라덴을 제거하자 박수쳤던 이들 국가는 이스라엘의 행동에도 박수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타르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날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을 "국제 테러"로 규정하며 "우리의 분노를 표현할 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쟁범죄 협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그는 모든 법을, 모든 국제법을 어겼다"며 "그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직격했습니다.

도하 공습은 아랍권의 강한 반발을 불렀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 주요국 지도자들이 카타르를 잇따라 방문하며 연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주요 정상들도 "용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카타르의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이스라엘을 성토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부 암살 작전이 미국의 우방국이자 가자지구 종전 협상의 중재국인 카타르에서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국이 도하 공습을 두고 공개적으로 날 선 비난을 주고받으면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앞길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알사니 총리는 현재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이 휴전 협상 중재에 기대고 있다며 "어제 네타냐후가 한 일은 인질에 대한 모든 희망을 없애버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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