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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8년간 다툰 결과 배상금 2천만 원…끝내 폐업

김민준 기자

입력 : 2025.09.10 21:32|수정 : 2025.09.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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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술 탈취 분쟁 실태와 대책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 보도 순서입니다. 오늘(10일)은 한 소프트웨어 업체와 대기업 간의 분쟁 사례로, 8년 가까운 긴 싸움 끝에 민사 재판에서 대기업이 기술을 훔쳐갔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소프트웨어 업체는 충분한 배상금을 받고 회사도 다시 일으킬 수 있었을지, 탐사보도부 김민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빌딩.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솔컴인포컴스가 있던 곳입니다.

[이 건물 2층을 통째로 다 썼었습니다.]

지난 2011년, 솔컴은 대기업 코오롱의 IT 계열사로부터 한국거래소에 납품할 증권시장 감시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 말, 코오롱 계열사 측이 돌연 계약을 종료하고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고 대표는 주장합니다.

[고시현/솔컴인포컴스 전 대표 : 누가 귀띔을 해주더래요. 아무래도 좀 조심해야 될 것 같아요. '(코오롱이) 소프트웨어를 갖다 쓰는 것 같아요' 하는 얘기를 (한 거에요)]

기술 탈취를 의심한 고 대표는 법적 조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형사 최종심에선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판결이 났고, 민사 재판에서도 소프트웨어 복제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술 침해를 매우 일부만 인정했습니다.

8년의 법정 다툼 끝에 얻어낸 배상액은 2천만 원.

애초 요구했던 2억 1천400만 원의 10%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재판부가 복제에 따른 피해를 정밀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보니 코오롱 계열사가 솔컴에 내왔던 프로그램 이용료 등을 고려해 정한 액수였습니다.

코오롱 계열사 측은 취재진에게 "의도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지만, 법적 판단에 근거해 대가를 지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사이 솔컴은 사업이 엉망이 됐고 끝내 문을 닫았습니다.

[고시현/솔컴인포컴스 전 대표 : (직원들도) 다 내보내고 그랬어요. 그쪽은 포기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IT 하는 거 아니다.]

정부가 기술 탈취 분쟁을 겪은 중소기업 600여 곳의 5년 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소송으로 인정받은 평균 배상액은 1억 4천만 원으로, 청구 금액의 17.5%에 불과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전유근,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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