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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격분과 혼란'…미국 유력지, 한국 내 대미 정서 분석

김민표 기자

입력 : 2025.09.09 16:01|수정 : 2025.09.09 16:01


▲ 조지아주 현대차공장 이민단속 장면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들이 대거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한국이 우방 미국에 격분과 혼란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습니다.

WP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미국의 안보 동맹국인 한국은 이번 사태를 동맹정신에 어긋나는 "특이하고", "충동적이며", "모순적인" 행동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한국 내 대미 정서를 조명했습니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세협상 결과로 3천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한 시점에서 터진 이번 일은 한국 전반에 충격파를 안겼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정·관계 인사들부터 언론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이뤄진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발표에 "아름답다"고 한껏 추켜세웠지만, 이번 단속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쇠사슬과 밧줄 등으로 묶인 채 끌려 나오는 장면은 한국인들에게는 아름다운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종건 전 외교차관은 WP에 "정말 할 말을 잃었고 화가 난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뺨을 맞은 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전 차관은 "한국인들은 미국의 산업 활성화에 일조하기 위해 거기에 갔고, 일단 공장이 세워지면 해당 인프라는 미국인들의 고용을 증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목격한 것은 한국인들이 수갑을 차고 마치 테러리스트나 깡패 집단처럼 취급받는 것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WP는 이번 사태가 관세 협상으로 고조되던 한미 양국 간 긴장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던 시점에 터져 한국 사회에는 뜻밖의 충격으로 다가왔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타이완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하필이면 왜 한국 투자 공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 단속 표적이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한국 매체들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WP는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민 단속을 통해 이런 투자를 한 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미국의 '이중 잣대'를 비판하면서 이런 행위가 양국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는 한국 언론의 평가도 함께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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