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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건희 받은 '이우환 그림' 또 논란…진품인가? 위작인가?

이주상 기자

입력 : 2025.09.09 10:15|수정 : 2025.09.09 10:21


미술시장에서 국내 생존 작가 가운데,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작가는 단연 이우환 화백이다. 시기와 시리즈 별로 다르긴 하지만, 100호 사이즈 그림이 4억~5억 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경매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뿐 아니라 일본과 프랑스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작가이다.

그런데 또 가장 논란이 많은 작가이기도 하다. 2016년 대대적인 위작 사건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적도 있다.

이우환 화백 '위작' 유통책 수감 (2016년)
당시 이우환 화백을 필두로 단색화 열풍이 부는 가운데, 2016년 열린 홍콩의 한 경매에서 이우환의 위작 그림이 1억 8600만 원에 팔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사동을 중심으로 수십 점이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도 잇달았다. 작품 가격이 폭등하자 제조책과 유통책 사이에 이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투서와 제보가 이어지자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 수사 결과 골동품상 이 모씨와 미술품 거래상 현 모씨 등이 검거돼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들 모두 범행 사실을 인정했는데,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녹슨 못을 사용하는 등 위조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런데 반전은 이우환 화백이 만들었다. 제조책과 유통책이 모두 자백하고 이후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게 되는데도, 이우환 화백은 이들이 위조한 그림에 대해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우환 화백, 경찰의 '위작' 판정에 대해 반박 (2016년)
위작을 집중적으로 거래했던 갤러리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추정은 하고 있지만, 미술품 유통 역사에 안 좋은 선례로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 또 위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우환, 점으로부터 No. 800298(Ethereal Auctioneers 캡처)
김건희 특검팀이 김 여사가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의심하며 관련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 그림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고 감정을 의뢰했는데,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특검은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두 군데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런데 양측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군데 모두 '의뢰자 외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감정 결과에 대한 내용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위작'으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진품'으로 감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장이 엇갈리는데도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의 '위작' 결론이 마치 결정적인 판단인 것처럼 전해지고 있는데, 그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미술계의 전반적인 의견인 것 같다.
Ethereal Auctioneers 이우환 작품 경매 화면 캡처우선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의 '위작'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는 작품 가격의 문제였다. 작품이 타이완의 한 경매에서 낙찰된 뒤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의 가격이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2022년 경매 시작 가격이 300만 원 내외였고 낙찰가가 3,000만 원이었는데, 김 여사에게 뇌물로 주기 위해 김상민 전 검사가 인사동에서 매입한 가격은 1억 원을 훨씬 넘었다며, '위작의 사기성 거래'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이런 거래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작품의 첫 거래는 타이완의 Ethereal Auctioneers(允臧齋藝術)라는 곳에서 이뤄졌는데, 2019년 설립돼 고미술품을 위주로 하는 소규모 경매업체이다. 국내 고미술업자들은 일본이나 대만, 홍콩의 이런 작은 경매업체를 많이 둘러보는데, 가끔 저평가 미술품들이 출품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이우환 작품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이 경매업체에 낮은 가격(300만원 내외)에 출품했는데 이를 알아본 사람이 응찰하면서 가격이 3,000만원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 추정이 맞다면 3,000만 원의 낙찰 가격 작품이 국내로 들어와서 1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리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고미술의 경우 일본의 중소형 경매업체를 통해 사들인 도자기를 국내로 들여와 2~3배에 되파는 것은 다반사이다.

Ethereal Auctioneers 홈페이지 캡처
또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가 '위작'의 부차적인 근거처럼 제시한 서명의 색채와 재료, 안료 등은 실제로는 진위 판정의 핵심적인 부분인데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간략하게 제시된 내용 자체도 주황색인 서명을 누런 색이라고 하는 등 사실과 달랐다.

통상 미술품의 진위 감정에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특히 '위작'이라고 할 경우,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판단의 근거가 있지 않으면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형사 재판의 '무죄 추정의 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뇌물로 준 것으로 의심 받고 있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 진품인지 아직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김 전 검사가 구매를 했고, 아직 '위작'이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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