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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톈안먼 망루에 시진핑 옆에 서나…다자 외교도 데뷔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5.08.28 16:54|수정 : 2025.08.28 16:54


▲ 김정은·시진핑·푸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김 위원장이 톈안먼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옆자리에 설지 관심이 쏠립니다.

'망루 외교'로 불릴 정도로 중국이 열병식 자리 배치에 신경을 쓰는 가운데,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설 경우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연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10년 전 승전 70주년 열병식 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한중간 '밀월' 관계라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이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급랭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함께 성루에 서 있다.
◇ 10년 전엔 한중러 정상 나란히…북 최룡해는 가장자리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3일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당시 한국 정상 가운데 최초로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의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망루 계단을 올랐고,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의 오른편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당시 모인 외국 정상 수십 명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에 앉았습니다.

북한 측 대표로 참석했지만 국가 정상이 아니었던 최룡해 당비서는 톈안먼 성루 앞줄의 오른쪽 끝 편에 자리했고, 시 주석과의 단독 면담도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달라진 북중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당시는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핵실험과 친중파 장성택 숙청 등으로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시 주석이 2014년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고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한중이 밀착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이 미군 사드를 배치한 후 중국이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비롯한 유무형의 보복 조치를 하면서 한중 관계는 냉각됐습니다.

◇ 김정은, 다자 무대 첫 등장…'한국전쟁 직후' 김일성도 열병식 참석

지난 10년간 국제정세는 급변했고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이 발표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러 관계 밀착에도 불구하고 5월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 불참했고, 그동안 양자 외교를 고집해 온 김 위원장이 사실상의 다자 외교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도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의전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시 주석의 양쪽에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게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습니다.

당초 중국 측은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타진했으나, 한국은 한미 관계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도 톈안먼 망루에 선 적이 있습니다.

김 전 주석은 한국전쟁(1950∼1953년) 직후인 1954년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 톈안먼 망루에 올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으로 부릅니다.

최근 한국이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상황에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게 될 경우 동북아에서 북중러와 한미일 간 대립 구도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이런 일들의 영향을 기본으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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