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3박 6일에 걸친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82일 만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3일 서울을 떠난 뒤 일본을 거쳐 미 워싱턴 DC와 필라델피아에서 숨 가쁜 방미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최대의 시험대로 꼽혔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받아 든 성적표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민감한 갈등 현안은 피하며 우호적 동맹관계를 확인하는 모습에 집중했습니다.
회담 직전까지도 '돌발 상황'에 우려가 고개를 들었지만 결국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대좌를 큰 잡음 없이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일단 합격점을 받아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특히 정상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성 요구로 이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왔으나 쟁점 사안의 경우 회담 전면에 오르진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 제안 등 한미 안보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만나고 싶다"고 적극 호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긍정 답변을 얻어낸 것 역시 득점 포인트입니다.

이 대통령은 회담 이후의 방미 일정에서도 양국 경제·안보 협력 메시지를 발신하며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부각했습니다.
회담 직후 한미 양국 재계 인사들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하고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이날 워싱턴 DC 인근의 참전용사 묘지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습니다.
이날 출국 직전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인 한화 필리조선소를 찾아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다목적선 명명식에 참석하며 한미 경제협력 메시지를 재차 발신했습니다.
다만 첫 '허들'을 넘긴 했어도 후속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신중한 평가도 동시에 나옵니다.
이번 방미에서 한미협상의 쟁점이 전면에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미국의 '진짜 청구서'가 제시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후속 협상에서도 미국과 치열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 대미 직접 투자 확대 요구 및 한미동맹 현대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의 쟁점 사안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지 양국 관계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화기애애한 회담 분위기만큼이나 이 같은 '디테일'에서 국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미대화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 해소해야 할 장애물도 여전합니다.

미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이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통령 취임 후 첫 양자회담 방문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은 한일수교 60년 만에 처음이라고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이 한일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며 "가치·질서·체제·이념에서 비슷한 입장을 가진 한일 양국이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시바 총리도 한일 정상이 17년 만에 채택한 정상회담 결과 공동문서인 '공동언론발표문'에서 1998년 채택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를 명시하는 등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 후에도 친교만찬 등을 통해 스킨십을 이어갔으며 앞으로도 '셔틀 외교'를 통해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는 한일관계 발전을 통해 한미일 협력을 추동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 역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이번 일본 순방에서 과거사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감한 숙제를 미뤄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내간담회를 열고 "일각에서 그런(과거사 문제 해결 노력 미흡) 지적을 하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지적당할 각오도 했다"면서도 "비판받더라도 (한일 간 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