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신임 당 대표의 7가지 과제
'씨감자' 장동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을 무렵 따로 만났습니다. 출마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장 대표가 당선될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은 전무했습니다. 장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침체된 당 분위기 속에서 장동혁이란 '씨감자'가 있다는 걸 당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당선을 목표로 선거에 임하지만,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자라날 '씨감자' 장동혁의 정치를 한번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장동혁 대표의 포부와 달리 선거 초반에는 온갖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극우 프레임에 휘말렸습니다.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한 말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선거 기간 내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 '윤 어게인 정신을 일부 계승하겠다'와 같은 말들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장동혁이 이상해졌다', '눈빛이 달라졌다'란 말까지 국회 안팎에서 나왔습니다. 장 대표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말했습니다.
강성 발언이 통했다
장 대표의 강성 발언엔 본인의 소신과 신념이 어느 정도 투영됐습니다. 장 대표는 당 대표 출마 전부터 중도층 한 번 쳐다볼 때 당원들은 두 번 쳐다봐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다만, 강성 발언은 일종의 선거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전당대회 선거는 당원 투표 80%, 여론조사 20%가 반영됩니다. 당원들의 지지가 기본적으로 뒤따라야 합니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는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 치러졌습니다. 그만큼 당에 실망한 당원들이 떠나고, 고정 지지층만이 남아있는 상태로 진행된 선거였습니다.
장 대표의 선거 전략은 통했습니다. 김문수 후보와 결선 투표 대결에 가서도 '보수 선명성'을 어필했습니다. 김 후보를 0.54%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신승했습니다. 장 대표는 수락 연설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약속한 것들을 모두 지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전까지 장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풀어야 할 과제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내부 총질 세력 어떻게?
장동혁 대표는 줄곧 내부 분열하지 말고, 대여 투쟁에 집중하자는 뜻을 강조해 왔습니다. 더 나아가 '내부 총질 세력'을 향해선 당을 떠나라고 일갈했습니다. 장 대표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찬탄파 진영과 친한계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찬탄파나 친한계를 당에서 축출하려면 많은 에너지와 시간, 감정이 소모됩니다.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이들이 알아서 당을 떠나는 게 아니라면, 당 윤리위원회 징계 등으로 내쫓아야 합니다. 대여 투쟁에 나설 시간에, 총구를 내부로 돌리다 공멸할 수 있습니다. 총구가 내부로 향하게 하지 말자는 건 장 대표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입니다.
장 대표도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당 대표가 된다면 과거의 발언을 문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장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의원 107명이 함께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장 대표는 부임 이후 벌어질지 모르는 이른바 '내부 총질'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인데,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당에서 나가란 소리도 안 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 대표에게 필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입니다. 단일대오에서 이탈하려는 찬탄파와 친한계를 내쫓을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이들까지 흡수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조속히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가동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조강특위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거나 공석인 자리에 새 인물을 발탁해 조직을 정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②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론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당선에 강성 지지층의 도움이 상당했음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윤 어게인' 세력, 부정선거론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보수 유튜버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장 대표가 당선 직후 '새로운 미디어 환경'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도 유튜버들의 지지를 말한 것이었습니다.
장 대표 입장에선 빚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과 한 약속도 지켜야 하고, 등을 돌리는 일도 없게 해야 합니다.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단 약속도 보수 유튜버 연합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나온 말이었습니다. 전당대회라면 상관없겠지만, 다음엔 전국 지방선거입니다. 이들 세력과 한 약속에만 치중할 수 없습니다. 전국 선거에서는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지 못하면 필패입니다.
결국 장 대표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선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강성 지지층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외연 확장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 중간의 선을 절묘하게 알고 이용하는 것도 당 대표의 역량일 것입니다.
③ 한정된 대여 투쟁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입니다. 의석수는 107석입니다. 과반에 한참 못 미칩니다. 국회에서 법안 하나를 발의하더라도 자력으로 본회의 통과를 시키지 못합니다. 여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여당 시절에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민주당이 처리하려는 법안을 저지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못합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만날지언정 들이밀 수 있는 카드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실기를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노릇입니다. 민주당과 힘의 균형을 맞추려면 결국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장외 투쟁을 비롯한 여러 여론전으로 지지율 상승을 도모해야 합니다. 장외 투쟁의 방식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할 때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10분 정도 피켓 시위를 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장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대통령실 앞이나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투쟁 방식이나 투쟁 장소에 변주를 줘야 합니다. 이것 역시 장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④ 1969년생 재선 당 대표

장동혁 대표는 1969년생 재선 의원입니다. 본 경선에 진출한 당 대표 후보자 4명 가운데 가장 젊습니다. 장 대표도 자신이 비교적 나이가 적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합동연설회 때마다 '당 대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인 사람을 뽑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만큼 자신은 당 대표를 기점 삼아 더 큰 정치인이 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다만, 당내에서 자신보다 선수도 높고, 나이도 많은 주류 의원들이 너무 많다는 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호흡을 맞춰야 할 3선의 송언석 원내대표만 해도 1963년생으로 선배입니다. 이번에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장 대표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각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내 의원들도 모두 3선 이상인 만큼 선배들입니다. 때로는 이들을 상대로 설득도 해야 하고, 싫은 소리도 해야 합니다.
정치를 나이 순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합니다. 불편하다고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만 인선할 수도 없습니다. 형님 리더십이 아닌 동생 리더십도 보여줘야 하는 순간입니다.
⑤ 충청 출신 당 대표
장동혁 대표의 연고는 충청입니다. 대전 유성에서 정치 첫발 내디뎠고, 최근까지 대전에서 가족들과 살았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고향인 보령·서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습니다. 보수당의 충청 출신 대표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당내 충청도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충청 지역 전체 28석 가운데 6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충북 3석, 충남 3석이었고, 대전과 세종에서는 한 석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의 장동혁 대표가 탄생했습니다. 충청에서 보수당을 부활시키는 것도 장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충청 출신인 만큼 지역에서 거는 기대는 더욱 클 것입니다. 충청도는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로 불리며 주목을 받지만, '충청 홀대론'이란 말이 있듯이 소외받고 있다는 지역 정서가 있습니다. 충청 출신의 장 대표가 충청 민심을 어떻게 공략할지가 중요해 졌습니다. 선거철마다 소진되는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은 이제 식상해졌습니다. 장동혁표 신선한 바람이 필요합니다.
⑥ 인재 영입
장 대표는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기획단을 발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사무총장으로서 공천 실무를 맡았습니다. 누구보다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공천 때도 눈에 띄는 인재를 영입하지 못해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급하게 '국민추천제'란 제도를 활용했고, '천거제'란 비판 속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인재 영입은 속도전입니다. 좋은 인재를 먼저 발굴하고, 데려오려면 그만큼 먼저 시작해야 합니다. 장 대표의 인맥만으로는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 좋은 인재가 오려면 당을 쇄신해야 하고, 오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당 지지율 상승이 좋은 인재 영입으로 직결될 것입니다.
⑦ 경제, 외교, 안보 참모
장 대표는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합격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까지 법관이었습니다. 법조인 출신인 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초선 때부터 활약했습니다. 법사위 관련 사안에서는 이미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에 비해 단점으로 꼽히는 영역은 경제, 외교, 안보 분야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일한 적도 없고, 관련 상임위를 거친 적도 없습니다. 당 대표 자리는 민생을 돌봐야 하고 민생은 모든 분야와 직결돼 있습니다. 당 대표가 모든 분야를 섭렵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 외교, 안보 분야가 미흡하다면, 주위에 훌륭한 참모를 두면 됩니다. 당 사무처 인적 자원을 활용하거나, 필요 시 외부 수혈을 하면 됩니다. 용병술 또한 리더로서의 덕목입니다.
장동혁, 잠룡이 될 수 있나
장동혁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당 대표가 끝이 아닌 시작인 사람을 뽑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당 대표가 정치 인생의 최종 목표가 아니었을 겁니다. 최종 목표는 대권일 수 있습니다. 당장 첫 시험대는 내년 지방선거입니다. 혹자는 내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이겨야 본전'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민주당에게 유리한 선거란 의미입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장 대표가 승리로 이끈다면, 확실한 대권 잠룡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