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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폭탄' 트럼프에게 '만능 열쇠'는?…한미 정상회담 장식한 '김정은' [스프]

손석민 기자

입력 : 2025.08.26 17:30|수정 : 2025.08.26 17:30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 한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워싱턴 D.C. 현지시간 25일 오후 1시32분. 붉은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현관으로 나와 자주색 넥타이의 이재명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손을 맞잡고, 손짓으로 안으로 이끄는 장면까지, 전형적인 트럼프식 '오프닝'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그리고 10분 뒤 시작된 두 정상 간 첫 회담의 소재는 무역, 조선, 방산에서 잠시 머물다 북한 이슈로 빨려들어갔습니다. 회담 직전 '숙청과 혁명'이란 '말폭탄'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낳았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회담 도중 김.정.은이란 이름이 나오자 파안대소를 거듭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준비한 만능 열쇠가 통한 겁니다.


무역으로 시작한 정상회담..한반도 평화 이슈로 급이동이브닝브리핑 한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회담의 시작은 정상회담 의제로 예고됐던 무역 분야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싶다"면서 "한국과 협력해 선박을 다시 건조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무기에 대한 구매 요청도 곁들였습니다. 정중했지만 회담장 분위기는 딱딱했습니다. 밴스 부통령 등 참모들의 얼굴도 굳어있습니다.

말을 넘겨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제조 분야 르네상스에 한국도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한 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부심을 파고 들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새롭게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메이커 역할이 눈에 띈다면서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화룡점정'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대통령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 위원장과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 칠 수 있게 해주시고 전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사적 평화의 메이커로 역할을 꼭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미국의 청구서를 간략하게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늘 자랑해온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으로 화제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웃은 지점입니다.
이브닝브리핑 한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나오자 웃음지은 트럼프, "이 대통령 대북 접근법 좋아"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말한 뒤 이제는 전세계에 익숙해진 자화자찬을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고 아직도 그렇다, 2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굉장히 친근한 관계가 됐고 존중하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첫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그가 선거를 이겼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꼬집은 뒤 자신 덕분에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자평했습니다.
이브닝브리핑 한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말문이 터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한 번 더 추임새를 넣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뒤 한반도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고 평가한 뒤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북 중재자로서 트럼프의 역할을 강조한 겁니다.
이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님 덕분에 북한하고 한반도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사실 그 이후 대통령께서 미국 정치에서 약간 물러서 있는 사이에 북한 미사일도 많이 개발이 됐고 핵폭탄도 많이 늘었고 진척된 게 없이 한반도 상황은 정말로 많이 나빠졌습니다"

제대로 감정이 오른 트럼프 대통령, 이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이 지난 한국 정부 대통령들보다 훨씬 좋다고 반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고 관계를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한국의 지도자를 경험했는데 북한 문제에 제대로 된 접근을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대통령의 접근법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의 마지막 한 수가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peace maker)'라고 추켜세운 뒤 자신은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로 뛰겠다고 하자 트럼프는 두 번째로 크게 웃은 뒤 함께 해 나가자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
"저의 관여로 남북관계가 잘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문제를 풀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십니다.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하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 (큰 진전을 함께 이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정상 간 직접 대화는 여기까지였고, 다음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으로 넘어갔습니다. 회담 시작 무렵 오늘 이야기할 게 많다던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무역과 안보를 둘러싼 청구서는 더 이상 화제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브닝브리핑 한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발언 변천사..리틀 로켓맨→아름다운 친서→올해 만났으면
트럼프 1기 임기 초반 대북 워딩은 노골적 압박이었습니다. "fire and fury(화념과 분노)"로 응징을 경고했고, 2017년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선 김정은을 "Little Rocket Man"이라 지칭하며 "필요하다면 totally destroy(완전히 파괴)"까지 언급했습니다. '최대 압박'과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꺼내들며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전술이었습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 성사 즈음에서 급변합니다. "그가 보낸 beautiful letters(아름다운 친서들)" "We fell in love(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까지 파격적 칭찬과 과장된 수사가 동원됐습니다. 위협에서 관계 만들기로, 적대적 별명(로켓맨)을 애정 섞인 호칭으로 바꾸는 장면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2019년 노딜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 판문점 정상회담을 거치면서도 "We have a great relationship(우리는 훌륭한 관계다)"를 반복하며 재가동의 여지를 늘 두려고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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