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트럼프 '확장주의' 한국에도?…주한미군기지 소유권 언급 주목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8.26 06:00|수정 : 2025.08.26 06:00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요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트럼프식 '신(新) 확장주의'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도중 "우리는 (주한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기지의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원한다. 우리는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고 우리가 거대한 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대해 기자로부터 질문받자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였고,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뒤 돌출적으로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관련 언급을 했습니다.

한미간의 기존 합의는 미군기지를 위한 부지에 대해 한국이 반환을 전제로 미국에 빌려주는 것임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2조는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내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고 규정하는 한편 "미국이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은 본 협정의 목적을 위하여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언제든지 합동위원회를 통하여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같은 한미동맹과 관련한 기본적 합의의 틀을 흔드는 언급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발언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재집권 이후 여러 차례 '확장주의' 야심으로 해석될 수 있는 외국 영토 관련 발언을 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을 밝혀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또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 대한 소유권 내지 통제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길 원한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이번 '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언급을 포함해 미국의 영토와 세력권을 확장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우선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국 우선주의' 구호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미국이 안보와 관련한 도움을 주고 있는 나라에 추가적인 대가를 요구한다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접근방식과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장비 등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해 희토류 등 광물 개발과 관련한 권리를 확보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확장 DNA'가 재집권 이후 국가 경영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실현 가능성을 떠나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효과를 의식하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일회적 언급을 넘어 주한미군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지속해 요구하고, 그 문제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과 연계할 경우 한미관계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소유와 캐나다 편입 등 주장을 하다 국내외 여론이 좋지 않자 최근 거의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이 문제도 협상의 진정한 목표라기보다는 다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질문에 한미 우호를 거론하며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한 것은 일단 감축이나 철수를 지렛대 삼아 한국을 압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어 보이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미 국방부가 진행 중인 전 세계 미군 배치 조정과 관련한 검토와 국방전략 재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논의 자체를 유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