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후반 신문 기사 하나가 방산업계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한창 준비됐을 때, '계엄의 핵'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예비역 육군 중장 J 씨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J 씨는 육군참모총장 비서실 근무의 연으로 김용현 전 국방장관, 노상원 전 사령관과 맺어진 인물입니다. 특검은 J 씨에게 내란 방조 혐의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기사는 적었습니다.
J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 조선업체 D사의 부사장이었습니다. J 씨가 D사에 취업한 시점은 2023년 10월쯤. 그때 방산업계 사람들은 "해군이 아니라, 육군 출신이 왜 조선소로 가느냐"고 수근거렸습니다. 2년 가까이 묵은 의문이 이제야 기사 덕에 좀 풀린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J 씨는 용현파(김용현 전 장관의 라인)이고, D사는 J 씨의 용현파 영향력를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예비역 또는 전직 고위 공무원을 스카우트하는 방산업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방산의 미래 비전을 찾고 개발 또는 수출의 활로를 뚫겠다는 명분의 영입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순수하게만 볼 수 없는 영입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장군·검사 출신 영입한 D사
D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했던 예비역 육군 중장 J 씨가 내란 연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방산업계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D사가 용현파 예비역을 투입해 군 사업을 따려고 했다는 의심이 아니 생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D사는 방사청이 주관하는 초대형 사업에 몇 년째 도전하고 있습니다. 모 방산업체의 임원은 "J 씨가 방사청의 용현파와 협조해서 큰 활약을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D사는 2020년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기무사가 D사의 비리 사건을 적발해 송치했고, 지방 모 검찰청이 D사의 사건을 맡았습니다. 검찰이 그해 7월쯤 기소, 기소유예 등의 조치를 했다면 D사는 방사청 주관의 초대형 사업의 참여 자격을 애초에 잃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두 달을 묵혀 9월쯤 대상자들에 대해 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습니다. 덕분에 D사는 살아났습니다.
H 검사장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해당 검찰청의 수장을 맡았습니다. H 검사장이 의도적으로 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을 늦추다가 이임했을까요. 그 속사정까지야 모르겠지만 H 검사장은 검찰을 떠나 현재는 D사의 지주사에서 사장급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D사의 H 검사장 영입은 기업과 검찰의 잘못된 만남"이라며 혀를 찼습니다.
전직 국방장관들에게 구애하는 W사

대형 방산업체인 W사의 최근 예비역 영입도 독특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국방장관들을 모두 불러들이느냐"는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육군, 해군, 공군 출신의 전직 국방장관을 두루 기용해 육해공 전천후 영업을 뛰게 할 참인 것 같습니다.
육군 출신 전 국방장관은 이미 사장급 고문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해군 출신 전 국방장관은 회사에 나올 듯 말 듯 눈치싸움을 벌이는 분위기입니다. 공군 출신 전 국방장관도 W사의 영입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명 모두 이재명 정부에서 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안성맞춤으로 평가됩니다. W사는 몇몇 전 참모총장도 불러들일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방장관, 참모총장까지 했던 예비역들의 방산업체 취업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습니다. 전 방사청장 고위직은 "국방장관을 했던 예비역이 방산업체에 취업한 과거 사례가 있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장관급 원로라면 뒤에서 국방부와 군, 방산업계에 냉철한 조언을 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C사의 용현파 선구안
신생 방산업체 C사는 용현파의 산실로 통합니다. C사 출신 예비역 육군 장성들이 김용현 군부 요직에 착착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와 국가안보실의 고위직 3명입니다. 단일 업체가 배출한 용현파로는 아마 최다일 것입니다.
C사의 용현파 선구안이 뛰어났을 수도 있고, C사 출신 예비역들이 함께 손잡고 김용현 전 장관 휘하에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정상적인 놀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신생 업체에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니 참 딱한 노릇입니다.
예비역 장성들의 경험과 지혜는 방산업체들에 도움이 됩니다. 방산업체들은 예비역들의 경험과 지혜를 빌리기 위해 그들을 영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산업체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선량한 예비역들이 많습니다. 이런 정도의 건강한 수준에서 방산업체와 예비역들의 관계가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 예비역들의 삿된 영향력에 대한 기대 또는 과거의 사악한 기여가 영입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됩니다. 국방부, 방사청, 안보실 등 방산 관련 당국은 유의해서 방산업계와 문제적 예비역들의 동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