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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얼리티 쇼' D-1…3가지 처음으로 기록되는 미중일 외교 [스프]

손석민 기자

입력 : 2025.08.25 17:30|수정 : 2025.08.25 17:30

[이브닝 브리핑]


이브닝브리핑이브닝브리핑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 '각본 없는 리얼리티 쇼' 'Z(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순간' 등 트럼프식 정상회담이 낳은 각종 에피소드를 마냥 기이한 결과로 여길 수만은 없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중국 미국과 각각 연결된 이례적인 한수 한수를 따져봤습니다.


이승만 이후 처음으로 미국보다 먼저 일본 찾아이브닝브리핑
이 대통령은 태평양을 건너기 전 일본을 먼저 방문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한국 신임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지가 일본이 된 건 '이승만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이승만 대통령은 1954년 7월 미국을 방문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지기 1년 반 전, 53년 1월에 일본을 찾은 바 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첫 정상회담'은 미·일·한 공조 사전조율의 의미" "방미 전 방일은 대미 협상 앞 '안보·통상 패키지' 맞춤형"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1965년 일본과 국교 수교 이후로는 처음인 '역순 방문'의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익을 우선한 실용 외교의 일환으로 설명했습니다. 미국으로 향하는 공군1호기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이 대통령의 발언 살펴보겠습니다.
이 대통령 기내 기자간담회
"(일본 측이) 한국이 미국과 협상하는 데 있어 어떤 점에 주의를 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세부적으로 협조해 주기로 약속도 했습니다. 예정보다 소인수회담이 길어진 이유는 사실 거의 대부분 미국과 협상 이야기를 하느라 지연됐습니다"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의 복원이라는 외형상 의미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틀 뒤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도상훈련 차원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취지입니다. 아주 많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는데 숫자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지, 판을 뒤집을 정도의 돌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등등에 대한 깨알 같은 조언을 이 대통령은 하나하나 챙겼을 겁니다.


중국엔 특사단 보냈는데..처음으로 시진핑 면담 '불발'이브닝브리핑
일본, 미국과의 정상회담 와중에 대통령실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특사단을 베이징에 파견했습니다. 수교 33주년을 맞아 여당 내 중국통인 김태년, 박정 의원을 비롯해 1992년 한중 수교를 성사시킨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이사장도 동행했습니다. 특사단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이 대통령의 친서를 왕이 외교부장에게 전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인 왕이 부장은 외교분야에서 서열 1위로 평가받지만 중국 내 공식 정치서열에서는 20위권의 부총리급 정치국원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오는 10월 경주 APEC 초청을 겸해 시진핑 주석을 직접 예방하거나 2인자인 리창 총리와의 면담을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특사단은 내일(26일)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장(국회의장격)과 한정 국가 부주석을 각각 만날 예정입니다. 시 주석은 문재인 정부 때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박근혜 정부 때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특사단장과 직접 만났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딱 꼬집어 홀대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환대 분위기는 분명히 아닌 의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특사단을 접견한 왕이 부장의 모두 발언에서도 감지됩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지난 24일)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공동의 이익을 확대함으로써 중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용의가 있습니다"

미국과 군사, 경제, 외교 전반에서 1선 대치 중인 중국 입장에서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에 앞선 한일 정상회담은 흔쾌한 일이 아닐 겁니다. 한미일 3국의 협력 내지 밀착은 한중 간 공동 이익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자중해달라는 속내가 읽힙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외교에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까이 지내는 것"이라며 실용적 관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대통령 기내 기자간담회
"한미일 안보 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거냐, 절연하고 살 수 있습니까? 절연 안 하는 걸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죠"


사상 처음 대통령실 '3실장' 전원 미국행..'올인' 시그널이브닝브리핑
이번 한미 정상회담엔 대통령실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 등 3실장 모두가 이 대통령을 미국 현지에서 보좌합니다. 위성락 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일본 순방부터 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고 이들과 별도로 강훈식 비서실장이 민항기 편으로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통상 비서실장은 국무총리와 함께 국내에 남아 상황을 챙겨 왔는데, 그만큼 또 하나의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입니다. 강 비서실장은 출국에 앞서 국익 최대화 차원의 설득을 위해서라고 강조하면서도 누구를 만날지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지난 24일)
"민관이 힘을 합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정부는 안보와 통상이라는 한미 정상회담 양대 의제 모두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국무부가 지난 22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가 대표적입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집단적 부담 분담을 증대하며 /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관계의 공정성과 호혜성을 회복하는 미래 지향적인 의제 중심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입니다. </ 앞부분>은 주한미군의 역할 및 배치에 있어 전략적 유연성과 한국의 국방비 증대를 </ 뒷부분>은 3천5백억 달러로 합의된 관세협상 결과의 구체화와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압박하는 걸로 풀이됩니다. 의제 설정과 세부 논의가 우리 정부 생각만큼 매끄럽지 않다는 건 비행기를 갈아타는 일정으로 급박하게 마련된 조현 외교장관의 방미와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하겠다는 강훈식 비서실장의 추가 순방 수행으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닌 만큼 나쁜 이야기가 아니라면 제한 없이 필요한 이야기는 다해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농축산물 추가 개방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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