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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한일, 발표문으로 관계 안정화 추진…관건은 역사문제"

장선이 기자

입력 : 2025.08.24 13:47|수정 : 2025.08.24 13:47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전날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 지향 협력'을 추 진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어제 도쿄 총리 관저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발표문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공동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요미우리는 "양국 관계에 관한 포괄적 문서를 작성한 것은 2008년 이후 17년만"이라며 양국이 역사 문제에 견해차가 있지만 구체적 협력 성과를 조기에 국민에게 보여 관계 안정화를 추진하려 한다고 해설했습니다.

이 신문은 일본은 한국 정권교체에 따른 대일 정책 변화를 막으려 하고, 한국은 동맹에도 관세와 방위비 부담 등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고려해 대일 외교를 중시하는 과정에서 발표문 나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양국이 발표문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지점은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요미우리는 "발표 당일까지 지속된 문언 조율에서 일본 측은 한일관계 '기반'의 중요성을 '양국 정상'이 확인했다는 것을 강하게 고집했다"고 전했습니다.

발표문에는 "양 정상은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축적돼 온 한일관계의 기반에 입각해"라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일본이 '기반'을 강조한 것은 국교 정상화 당시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을 염두에 둔 결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해설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 판결이 나올 때마다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이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요미우리는 한국 내부에 청구권 협정이 군사정권 시절 체결돼 정당성을 의문시하는 시각이 있다면서 "이러한 점이 역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을 초래했던 만큼 이 대통령과 협정 의의를 사실상 확인했다는 것은 일정한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대신 일본이 역사 문제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는 문구를 넣어 한국을 배려했다고 전했습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알려진 이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는 한국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에 대한 뜻을 표명했습니다.

요미우리는 "2023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같은 표현을 구두로 언급한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문서에 남기는 것으로 한 걸음 진전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이 동맹국인 미국에 앞서 일본을 방문했다는 점과 역사 문제로 민감한 시기인 8월에 일본을 찾았다는 점 등에서 일본과 관계 강화를 중시하는 태도를 강하게 나타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한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면서 "일본이 이재명 정권 출범 전에는 강경한 대일 자세를 경계했으나,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담 등을 거치면서 한국 측 자세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미래 지향 협력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안보·통상과 관련된 국제정세 변화가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습니다.

닛케이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핵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이 고립된 상태였으나, 지금은 북한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고리로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도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를 요구하면서 한일 간 안보·경제 협력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사히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한국과 일본의 상호 접근을 강화하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한일이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한미일 협력 틀을 뛰어넘어 양국 간 안보 협력 강화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 내 일부에는 역사 문제가 다시 터질 것을 경계하는 시각이 있다"며 지난해 니가타현 사도 광산 노동자 추도식이 한국 측 불참으로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은 올가을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사도 광산 노동자 추도식에서 일본 측에 성의 있는 움직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는 짚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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