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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뿌리 지킨 조선 도공 후손…그의 바람은

문준모 기자

입력 : 2025.08.22 20:52|수정 : 2025.08.2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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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약 4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 전후로 일본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조선 도자기 장인, 도공들이 있습니다. 내일(23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리는 동포간담회엔, 일본에서 우리 도자기의 명맥을 잇고 있는 조선 도공의 후손도 함께하는데요.

문준모 특파원이 먼저 만나봤습니다.

<기자>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 고속도로에서 나오자 '어서 오세요'라는 한글 표지판이 나옵니다.

1597년 왜군에 납치된 조선 도공 80여 명이 정착한 미야마 마을입니다.

일본에서 3대 도자기 중 하나인 '사쓰마야키'가 탄생한 곳이자, 도공 심당길의 후손들이 도자기를 빚어온 '심수관요'도 여기 자리 잡고 있습니다.

들어서니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돌하르방부터 조선 전통 가마까지 뿌리를 잊지 않겠단 의지가 곳곳에 배 있습니다.

조선 도공들이 끌려온 지 400년이 된 지난 1998년엔 고향 땅 남원에서 가마를 지필 혼불을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한일우호가 새겨진 탑에서 27년째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2004년 정상회담차 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을 찾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15대가 책임자인데 12대 때부터 심수관이란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심수관 15대 : 15대에 이르기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한국 이름을 버리지 않고 지켜온 것, 그건 우리 일가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은 아버지의 나라, 일본은 키워준 어머니의 나라라며,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심수관 15대 : (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인 갈등을 국민들 간의 갈등으로 만들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특히 진정한 반성과, 마음을 연 용서 없이 부침을 거듭해 온 한일 관계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심수관 15대 : 부부든, 부모든, 자녀든, 서로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서로 '용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내일 이 대통령과의 동포간담회에 참석하는 그는 이런 바람을 전했습니다.

[심수관 15대 : 미래를 향해 손을 잡고, 우정으로 맺어져서,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주시길 희망합니다.]

(영상취재 : 문현진, 영상편집 : 우기정, 디자인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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