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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배운 기술인데…" 타일공이 힘든 진짜 이유 [스프]

최희진 기자

입력 : 2025.08.25 09:00|수정 : 2025.08.25 09:00

[갑갑한 오피스] 벽에 붙은 멀쩡한 타일, 하지만 이거 붙인 사람은요… (글 : 권남표 노무사)


공사 (사진=게티이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최근 연구를 하기 위해 여러 명의 타일공을 인터뷰하고 있다. 한 장에 1.5kg에서 8kg에 달하는 타일을 들고 이고 붙이는 타일공은 꽤나 탁월한 숙련 기술자들이다. 아무래도 저 무게의 돌덩이를 벽에 붙이고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하니 그 노하우는 심상치 않다. 거기다가 기술이 발달해서 고품질의 접착제가 나왔다고 해도 비싼 부자재를 무한정 바를 수 없는 노릇이고, 콘크리트 벽이 똑바로 섰을 리 만무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지만, 실은 멀쩡하게 붙어있는 타일이 기술력의 상징이다.

무거운 돌을 들고 구부정하게 앉아서 붙이고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할 때 몸은 상하게 마련이다. 한 박스에 25kg은 거뜬히 넘는 타일 수십 박스를 옮기고 나면 30대 건장한 남성도 5시에 퇴근해서 뻗어 잠들 만하다. 다 한 번씩은 몸이 아픈데,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 팔꿈치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다. 아플 때 쉬어야 하는데 '하루만 더 하지' 하다가 골병이 난다. 드러눕게 되면 통증이 전부가 아니다. 일을 나갈 수가 없다. 일을 못 나가니 일당을 못 받고, 타일을 붙인 물량만큼 돈을 받는 '칸띄기'를 하던 타일공은 물량을 치질 못한다. 일한 만큼 돈을 받는 일용노동자의 고충은 이제 시작이다.

의무가입이라고 되어 있지만 4대보험은 미가입 상태이다. 법제도는 8일 이상 일하면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입이라고 하지만 7일 일한 걸로 해서 덜 내고, 고용보험, 산재보험은 원청이 가입해야 하는데 가입 안 되어 있기가 부지기수고, 그러다 보니 아파도 산재 신청을 해야 하는지를 원체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유급 병가는커녕, 아프면 그 기간 동안 일을 못하니 생계가 막막하다. 병원비에 방값에 식비에 밀린 공과금까지 돈 나갈 곳은 태산인데 들어오는 구멍 하나가 막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타일공 일당은 미숙련 조공, 준기공, 숙련된 기공에 따라 달리 받는다. 15만 원대부터 35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조공은 자재를 옮기고, 준기공은 쉬운 면을 붙이며, 기공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어떤 상황에서도 시공을 해내는 고숙련자이다. 기울어진 벽체, 무겁고 큰 타일, 모양이 있는 경우, 울퉁불퉁한 면 구분 없이 모두 가능하다. 종이에 결이 있듯이 타일에도 결이 있고, 사용하는 접착제의 물성을 알아야 하고, 벽체의 상태를 다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기술을 배워서 준기공이 되는데 3년, 기공이 되는 데에는 기한이 없다. 숙련이 됐다는 평가는 어찌 보면 시장에서 낙오하지 않은 생존이 그 기술력의 상징이 된다.

그러다 보니 기술 전수는 늘 어려운 일이다. 가르치기는 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기술학교에서 배우는 건 사전 지식에 불과하고, 현장은 결국 도제식이다. 스승 노릇은 귀찮고 번거롭기 마련이라, 제자가 기술을 배우려면 '오야지 돈 벌어다 줘야 기술 배운다'는 말이 나온다. 좋은 스승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고무망치로 맞았다느니, 타일 붙이는 거 보지 말라며 뒤돌아 서 있으라 했다느니 폭력이나 기회 박탈 등 갑질을 겪었다는 이야기 역시 적지 않다. 그럼에도 오늘도 수많은 타일공이 주방·욕실·거실을 단정히 시공하는 걸 보면, 악한 사람들보다 기술을 제대로 전수한 이들이 더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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