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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대미 수출, 26개월만에 줄어…'트럼프 관세 영향 현실화'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8.20 07:32|수정 : 2025.08.20 07:32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의 충격이 곳곳에서 현실화하면서 'K푸드 대미(對美) 수출 성장세'도 2년여 만에 처음 꺾였습니다.

오늘(20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대미 수출 금액은 1억 3천900만 달러(약 1천9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만 달러(6.7%)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대미 농식품 수출이 줄어든 것은 2023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핵심 품목인 라면의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1천400만 달러로 17.8% 감소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40.8% 증가했습니다.

과자류는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2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9%, 약 700만 달러 감소했습니다.

소스류는 7.2% 줄어든 700만 달러입니다.

인삼류(-13.4%) 등도 지난달 대미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대미 농식품 수출은 7월 누계로는 작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10억 7천300만 달러로 10억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7월 한 달간 수출이 줄면서 누계 기준 증가율이 지난 6월까지 27%에서 낮아졌습니다.

7월 농식품 대미 수출이 줄어든 데는 고율의 상호관세가 예고된 상황에서 제품 발주를 앞당긴 영향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닭볶음면으로 대미 라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양식품 측은 "미국의 경우 관세 때문에 6월까지 수출을 많이 해 판매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농심은 라면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지만, 삼양식품과 오뚜기는 사정이 비슷합니다.

대미 라면 수출액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매달 2천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특히 지난 6월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58.7% 늘어난 2천9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수출액도 2천500만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트럼프 관세의 여파로 K푸드 대미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편관세 10% 이후 일부 품목은 가격이 올랐고 이제 상호관세로 가격이 추가로 오를 텐데 아무래도 소비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판매가 줄어 미국 유통업체들이 발주량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소비 심리가 둔화한 것도 한국 식품업계에 부정적인 신호입니다.

최근 미국의 AP-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0%는 식료품비 지출이 주된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답했습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 업체들도 소비심리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CJ제일제당의 2분기 미국 사업 매출은 달러 기준 2.6% 감소했고, 농심은 2분기 미국 사업 매출이 환율 효과를 제거하면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기자재 등까지 포함한 'K푸드 플러스' 수출액 14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걸었는데 지난달 전체 농식품 수출은 8억 4천만 달러로 5.3%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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