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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한국 고속 성장, 박정희 경제 발전 집착 덕분…운 좋았다"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8.19 15:31|수정 : 2025.08.19 15:31


▲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오늘(19일)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관련, "운이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인 로빈슨 교수는 오늘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기조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경제 발전에 집착한 덕분"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존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면,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 아래서는 경제가 크게 발전하기 어렵지만, 박 전 대통령이 독재 권력을 경제 성장에 집중해 이례적인 성공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로빈슨 교수는 "나중에 민주화를 통해 제도적 포용성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초기 성장이 권위주의하에서도 이뤄져 흥미롭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이승만 정부가 단행한 농지 개혁에도 "일본인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고 재분배한 것이 포용성의 기초를 닦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이동성과 기회를 확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사례를 언급하며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거의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놀라운 사회적 상승을 이뤘다"며 "포용적 제도의 산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재벌과 아프리카의 사례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동아시아 문화는 조상 숭배, 가족 중시 등에서 아프리카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막스 베버는 이런 전통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틀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재벌처럼 가족 기업 중심 체제가 오히려 잘 작동한 예도 있다"며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크게 발전할 국가로는 나이지리아를 꼽았습니다.

현지에서 '명예 추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는 로빈슨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 연 10%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이지리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이지리아 2050년 세계 3대 인구 대국이 될 것"이라며 "2100년이면 세계 인구의 40%가 아프리카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로빈슨 교수는 자신과 같은 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아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작년 12월 노벨상 시상식에서 만났다"며 "매우 수줍은 성격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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