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만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회담을 앞두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밤 SNS에 올린 글에서 3년 반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지속 여부가 젤렌스키에게 달렸다고 압박했습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한다면 전쟁을 거의 즉시 끝낼 수 있다. 아니면 계속 싸울 수도 있다"며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기억하라. 오바마가 (12년 전 총 한 발 없이!) 넘긴 크림반도는 돌려받을 수 없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하다. 어떤 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나토 가입 불가 부분' 전체를 대문자로 표시해 강조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평화 협정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양도, 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 공식 인정,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 가입 포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가 푸틴이 내건 조건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백악관 회담 전부터 젤렌스키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자 젤렌스키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도착 직후 자신의 SNS에 올린 메시지에서 "우리는 모두 신속하고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이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공유한다"며 영토 문제와 안전 보장과 관련된 자신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젤렌스키는 "평화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일부를 억지로 내놓아야 했던 수년 전과는 달라야 한다. 1994년 이른바 '안보 보장'을 받았으나 그 보장이 작동하지 않았던 때와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붕괴 뒤인 1994년에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영토 주권을 보장받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 각서는 결과적으로 휴지 조각이 됐습니다.
이처럼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의 양보와 어설픈 안보 보장이 더 큰 침공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경험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에 순순히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힌 셈입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했습니다.
젤렌스키는 "우리 국민은 항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에 대해 젤렌스키가 지난 2월 백악관 회담에서 '배은망덕하다'는 공개 질책을 받았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오는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젤레스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유럽 정상들도 대거 백악관으로 향합니다.
유럽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담판을 둘러싸고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대거 방문에 들뜬 모습을 보였습니다.
트럼프는 또 다른 SNS 글에서 "내일은 백악관에 큰 날이다. 이렇게 많은 유럽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었다. 그들을 모시게 돼 큰 영광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번 백악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방안이 핵심 사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 측은 러시아도 안전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 주재 러시아 측 국제기구 대표인 미하일 울리야노프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서방은 아직 러시아에 어떤 안보를 보장할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실수이며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