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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고 월·금에 많다?…"비용절감·공기단축이 근본원인"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8.18 07:07|수정 : 2025.08.18 07:07


▲ 산업 재해

"월요일과 금요일에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산재 근절이 사실상 국정 과제로 주목받는 가운데 주말 전후인 월요일과 금요일에 특히 안전사고가 잦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재 예방 측면에서 이 같은 '취약요일'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에서 나온 주장입니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일부 업체의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월·금요일에 몰리면서 나온 것입니다.

올해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 중 5건 중 3건은 월요일, 1건은 금요일에 발생했습니다.

또한 최근 경기 의정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DL건설 추락사고도 금요일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중대재해 및 산재 통계를 확인한 결과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 발생 비율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요일별 차이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오히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하며 발주처부터 관리 감독관과 근로자까지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올해 1분기 발생한 사망사고를 요일별로 보면 금요일과 월요일에 다른 요일에 비해 사고가 더 자주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18일)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알림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발생한 129건 사망사고 중 32건이 금요일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월요일 26건, 화요일 19건, 수요일 18건, 목요일 17건, 토요일 11건, 일요일 6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는 금요일이 37명으로 가장 많았고, 월요일(26명), 화요일(22명), 수요일(18명), 목요일(17명) 등 순이었습니다.

이 통계상으로는 휴일을 낀 월요일과 금요일에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요일은 목요일이었습니다.

총 553건 중 103건이 목요일에 발생했습니다.

이어 월요일(98건), 화요일(96건), 수요일(97건)로 대동소이한 수준이었습니다.

나아가 금요일은 85건으로 주중 다른 요일에 비해 10건 이상 적었습니다.

2023년에도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요일은 목요일이었고 이어 월요일과 화·수요일, 금요일 순이었습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 통계를 처음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2022년에는 전체 611건 가운데 수요일의 발생 건수가 11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언론 통화에서 "업종별 특성도 다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요일에 따른 어떤 규칙성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와 달리 전국의 산업재해 현황을 요일별로 분석한 통계에선 월요일 사고 발생률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산업재해자(13만 6천796명) 발생 현황을 요일별로 나눠 보면 월요일 비중이 17.22%(2만 3천564명)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수요일(17.13%), 목요일(16.82%), 화요일(16.72%), 금요일(16.71%), 토요일(10.01%), 일요일(5.38%) 수준이었습니다.

2022년에도 월요일에 가장 많은 2만 2천428명이 발생했습니다.

이어 화요일(2만 2천148명), 목요일(2만 1천796명), 금요일(2만 1천753명), 수요일(2만 1천478명) 등의 순으로 사고 발생이 잦았습니다.

2021년에도 마찬가지로 월요일의 산업재해자 발생 비율이 17.31%로 가장 컸습니다.

최근 10년으로 기간을 넓혀 보면 2014년과 2017년, 2018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는 모두 월요일의 산업재해자 발생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러나 월요일에 사고 발생률이 높기는 하지만 다른 요일과 숫자를 비교할 경우 절대적으로 큰 차이는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요일과 사고가 일부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으나 특정 요일에 사고 위험이 높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업종별로 현장 특성이 다르고, 특히 제조업의 경우 2~3교대 등으로 근무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요일별이나 시간대별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이원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연구소장(전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요일 외에도 날씨, 기온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동시에 적어도 10~20년의 데이터는 들여다봐야 판단할 수 있다"면서 "다만 주말에 쉬다가 월요일에 출근하면 피로하고, 주말 앞둔 금요일쯤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는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특정 요일이 사고 위험이 높다고 보지는 않지만 휴일 작업이나 긴 휴가 직후 작업 때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인식은 내부에 있다"면서 "그런 날은 안전 관리자들이 좀 더 주의를 당부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관계자도 "특정 요일에 사고 위험이 더 높다는 식의 인지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규칙성을 찾으려면 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요일 영향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 노동종합대책에 담으려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사 현장의 경우 공사 종류(공종)나 계절 등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봄·가을에는 공종 진행이 활발해지며 사고 위험성도 더 높아진다는 것이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근로자 개인의 신체 상태와 관련성이 있을 수 있는 요일보다는 비용 및 공기·납기 단축, 안전 투자 부족 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원호 소장은 "건설업이든 제조업이든 발주처가 시간이나 비용을 갖고 횡포를 부려서는 안 된다"며 "결국 비용을 줄이려다 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는 줄고, 사고는 자주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부터 바뀌어야 한다. 예산을 아끼고 공사 기간을 줄이면 상을 주는 문화가 여전하다"며 "말로는 안전을 중시하라지만 당장 공공공사 발주할 때도 공사 기간부터 빠듯하게 제시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고려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과 함께 발주처부터 현장 근로자까지 안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안전 담당 연구위원은 "산업 현장을 포함해 가정과 학교 등에서도 전 생애주기 안전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 건설현장을 방문해 보니 미국은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현장 위험요소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더라"라며 "우리나라는 물어봐도 대답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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