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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 넘게 쓰면 폐암 위험 4.6배"…가습기살균제 첫 역학 증거

김수형 기자

입력 : 2025.08.17 10:03|수정 : 2025.08.17 10:03


▲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월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를 30개월 이상 사용하면 5개월 미만 사용자에 비해 폐암 위험이 4.6배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기간에 따른 폐암 위험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장기 사용이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역학적 증거가 제시됐습니다.

연세대 의대 김경남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국역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정부에 피해 보상을 신청한 3천605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가습기살균제 사용 기간을 ▲5개월 미만 240명 ▲5∼14개월 909명 ▲15∼29개월 934명 ▲30개월 이상 1천522명 등 네 그룹으로 나눠 폐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피해자 3천605명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지 4년 뒤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121명이었습니다.

이 중 5개월 미만은 2명, 5∼14개월은 14명, 15∼29개월은 23명, 30개월 이상은 82명이었습니다.

폐암 환자 중 30개월 이상 사용자는 67.9%로, 폐암 진단을 받지 않은 피해자의 41.3%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성별·연령·교육 수준·흡연 여부·가습기와의 거리 등 변수들을 보정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5개월 미만 그룹을 기준으로 했을 때, 30개월 이상 사용자의 폐암 위험은 4.6배, 15∼29개월은 2.45배, 5∼14개월은 1.81배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장기간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기존 동물 실험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결과를 확정하려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2011년 처음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금까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만 5천908명에 이르는 최악의 환경 참사입니다.

정부는 이달 초 피해자 단체 대표들과 만나 사과와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국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고,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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