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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후 '자사주 소각' 급증…전년 대비 2.6배 규모

홍영재 기자

입력 : 2025.08.17 09:31|수정 : 2025.08.17 09:31


▲ 서울의 고층 건물들

새 정부가 소액주주 권익 보호 강화 정책 기조를 천명한 가운데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건수와 규모가 전년 대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6월 3일 이후 이달 14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주식소각결정 건수는 총 45건으로 전년 동기(30건)보다 50% 증가했습니다.

소각되는 주식의 수와 소각예정금액은 1억 4천527만 주와 5조 8천379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4천76만 주, 2조 2천122억 원)보다 각각 256%와 164% 많아졌습니다.

소각예정금액만 보면 불과 한 해 전의 2.6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기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가 45건 중 30건으로 다수였습니다.

그러나 장내매수나 장외매수, 신탁계약을 통한 자기주식 취득 등 방식으로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경우도 15건에 이르렀고, 소각예정금액은 오히려 이쪽이 4조 5천839억 원으로 전체의 78.5%를 차지했습니다.

개별 기업별로는 HMM(8천180만 주·2조 1천432억 원)의 주식 소각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이어 신한지주(1천154만 주·8천억 원), KB금융(572만 주·6천600억 원), NAVER(158만 주·3천684억 원), 기아(388만 주·3천452억 원), 현대모비스(107만 주·3천172억 원) 등 순이었습니다.

주식소각결정을 공시한 기업들은 대부분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정책 확대'가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문제로 거론돼 왔고, 이에 정치권에서는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했습니다.

재계에선 투기자본의 경영권 탈취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 저평가를 해소해 '코스피 5,000'을 향해 나아가려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규모를 확대한 건 주주권 보호와 주주환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등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춤으로써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관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안지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나 대형주 위주로 자사주 소각 발표가 이어지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행돼 온 상황이지만, 최근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비교적 큰 발표가 이어진 건 현 정부의 정책 모멘텀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주식소각 결정에 따른 주가부양 효과가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발표 직후 영향이 미치는 단기적 이벤트인 만큼 공시 현황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올해 전체로 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은 8월 현재까지 177건의 주식소각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소각되는 주식의 수는 모두 4억 1천530만 주, 소각예정금액은 총 18조 2천854억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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