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앵커>
의정 갈등 속에 수련 현장을 떠나 지방 병원에서 일하던 전공의들이, 다시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을 그만두면서 이로 인한 여파가 지방 의료 현장에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 의사가 없어서 응급실 문을 닫는 병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고운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155병상 규모의 지방 의료원인 강릉 의료원이 지난 12일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 2명을 뽑는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일하던 사직전공의들이 수도권에 있는 수련 병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최안나/강릉의료원장 : (지원하는 분들이 계세요?) 공고만 뜬다고 의사를 모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가 여기저기 연락을 하면서. 이게 저희 의료원뿐만 아니고 사직 전공의들이 계셨던 모든 의료원, 병원이 지금 다 똑같은 상황입니다.]
의사를 못 구해서 응급실 문을 닫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밀양 윤병원은 경남 밀양시에 단 하나뿐인 지역응급의료기관인데, 지난 1일 응급실을 폐쇄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던 사직전공의 3명이 동시에 그만둔 겁니다.
[남경덕/경남 밀양시 초동면 : 119가 밀양시에는 응급실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요? 어디로 가야 해요? 그러니까 창원을 가야 한대요.]
지방 수련 병원들은 전공의 모집도 걱정입니다.
수도권, 인기과에만 지원이 몰리고 있어서입니다.
일부 지방 병원은 최대 17.4% 급여 인상, 숙소 무상 제공 등 파격 조건을 내걸고 전공의 유치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하용/대전을지병원장 :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데 좀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그분들을 대우하려고 하고, 복지도 개선하려고 하고.]
전공의들 가르칠 의대 교수들도 지방 병원에서는 부족합니다.
긴 의정 갈등에 사직하거나 상당수는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옮겨갔습니다.
[김하용/대전을지병원장 : 지방에는 늙은 교수들밖에 없어요. 저 정년 2년 남았는데 당직서고 그러거든요.]
만성적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지역 의료 붕괴는 이제 시간 문제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지역 의사제, 공공의대 설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의사 처우와 정주 여건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지방 의료의 최후의 보루인 공공 의료기관 역할을 강화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최안나/강릉의료원장 : (코로나, 메르스 있을 때) 그냥 '공공의료기관 병상 비우세요' 그런 식으로 쉽게 명령할 수 있는 병상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평상시에 그 지역에서 그 공공기관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가치가 있는 일이면 합당한 투자를 하고.]
이와 더불어 지역 의료기관으로 오는 주민에게는 자부담 비용을 줄여주는 등 지방 병원의 환자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제 일·박영준 KNN,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