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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경찰 장악한 트럼프, 이번엔 문화예술계 개조 시도

박재현 기자

입력 : 2025.08.14 04:26|수정 : 2025.08.14 04:26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이자 진보 색채가 강한 워싱턴DC를 자신이 지향하는 바대로 개조하려는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랜드마크이자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센터를 찾아 올해 말 시상식을 개최하는 '케네디센터 아너스'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케네디센터가 1978년에 시작한 이 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을 기리는 매우 영예로운 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컨트리 뮤직 가수 겸 작곡가 조지 스트레이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등에 출연한 배우 마이클 크로퍼드,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아이 윌 서바이브'로 유명한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 록밴드 키스(KISS)를 올해 수상자로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자 발표는 그가 민주당 아성인 워싱턴DC의 문화예술계까지 장악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로 평가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 일환으로 케네디센터 이사회를 친트럼프 인사로 교체하고 지난 2월 자신을 센터 이사장으로 '셀프' 임명했습니다.

그는 케네디센터가 미국의 가치와 거리가 먼 진보 진영의 의제를 장려한다고 비판해왔습니다.

그는 케네디센터를 장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미국의 역사를 긍정적으로만 묘사하는 전시를 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이런 행각을 두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는 워싱턴DC의 문화예술 기관을 대체로 건드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시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첫해인 2017년 '케네디센터 아너스' 수상자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하는 의미로 시상식 참석을 보이콧하자 임기 4년 내내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는 출신 정당과 관계없이 대통령들이 이 시상식에 참석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시상식을 진행하겠다고 했으며 케네디센터 운영에 더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요구에 따라 공화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에 케네디센터 예산 2억 5천만 달러(약 3,400억 원)를 책정했다면서 이를 활용해 센터를 "완전히 개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난 워싱턴DC를 다시 안전하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그것의 큰 부분은 케네디센터를 포함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랑스러워야 할 미국의 수도가 민주당의 관리 부실로 엉망이 됐다는 공격도 이어갔습니다.

그는 지난 11일 워싱턴DC의 범죄가 통제 불능이라고 주장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치안 유지 명목으로 주방위군을 시내에 배치하고 시경찰을 연방 정부 통제하에 뒀습니다.

이런 행동이 법 위반은 아니지만, 워싱턴DC의 범죄율이 최근 하락세인 데다 다른 미국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어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도시를 범죄 소굴로 묘사해 민주당이 범죄에 나약하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강경 정책을 앞세워 지지층을 결집하며 자신의 정책 실정에서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민주당은 '그(트럼프)는 독재자'라고 말한다. 이곳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고 우리는 그걸 막아야 한다. 민주당은 '그는 독재자'라고 말하는 대신 '우리도 워싱턴DC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그와 함께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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