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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목걸이 김건희 구속 '스모킹건'…증거인멸 우려 판단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8.13 05:45|수정 : 2025.08.13 05:45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는 증거 인멸 우려와 범죄의 중대성을 부각한 특검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제(12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구속영장 청구서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 우려를 다각도로 부각했습니다.

수사로 포착한 여러 증거 인멸 정황을 동시다발로 제시해 구속 필요성을 적극 소명한 것입니다.

특히 특검팀은 심사에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진품'을 깜짝 제시해 김 여사 진술의 신빙성을 뒤흔들었습니다.

이 목걸이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착용한 것으로 처음에는 재산 신고 내역에서 뺐다는 의혹이 일었고, 최근에는 뇌물 의혹까지 번졌습니다.

김 여사는 당시 논란이 일자 지인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고 지난 5월에는 이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에 모조품이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냈습니다.

이어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는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특검팀은 전날 서희건설로부터 2022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해당 목걸이를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받았습니다.

김 여사는 스페인 방문 이후에도 이를 보관해오다가 같은 해 9월 관련 고발장까지 제출되자 서둘러 이를 서희건설 측에 돌려준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 압수수색 과정에서 같은 모델의 가품이 김 여사 오빠의 장모 주거지에서 발견된 것도 수사에 대비한 정황으로 봅니다.

특검팀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의 가품과 진품을 모두 법정에 제출하면서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해 김 여사 측의 허를 찔렀습니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영장심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이를 몰랐다고 합니다.

특검팀은 영장심사 전 법원에 제출한 총 847쪽의 구속 의견서에서도 상당한 분량을 증거인멸 우려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의 증거인멸 정황은 또 있습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지난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받아들여져 파면되기 직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포맷(시스템 초기화)했고, 파면 후엔 휴대전화를 바꾸고 이를 압수한 수사기관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점 등을 영장 청구서에 적시했습니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일원으로 불리는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특검 수사 전후로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지난 6일 김 여사가 첫 소환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완강하게 부인한 점도 증거 인멸 우려 근거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단순한 혐의 부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거짓 진술을 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할 경우 증거인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공천개입(정차자금법 위반), 건진법사·통일교 청탁(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의혹은 모두 특검 출범 이전부터 수사가 이뤄져 물증과 진술이 상당히 모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김 여사 측은 사실관계를 따져봤을 때 특검이 주장하는 범죄 행위 자체가 없었다거나,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피력해왔습니다.

이 같은 행태로 볼 때 향후 주변인들과 공모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특검팀 판단입니다.

아울러 특검팀은 김 여사의 범죄는 헌법 가치를 훼손한 중대 범죄라는 논리도 함께 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태균 공천개입·건진법사 청탁 의혹이 각각 시장경제 질서·정당 민주성·정교분리의 현대 사회 핵심 가치와 연결된다는 논리로 사안의 중대성을 부각했습니다.

법원은 이에 더해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도 김 여사의 혐의가 대체로 소명된다고 보고 구속영장 발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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