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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하 틈에 빠져 숨진 영국 대원 66년 만에 가족 품으로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8.12 15:18|수정 : 2025.08.12 15:18


▲ 남극 기지에서 동료 및 개들과 시간을 보내는 벨(왼쪽)

남극 탐사 중 빙하의 깊은 틈에 빠져 숨진 영국 대원의 유해가 6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남극연구소(BAS)는 올해 초 남극에서 수습된 시신이 1959년 7월 26일 남극 탐사 임무 중 목숨을 잃은 데니스 팅크 벨의 유해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기상학자로 BAS의 전신인 기구에 소속돼 2년간의 남극 파견 임무 중이던 벨은 남극 대륙에서 120㎞ 떨어진 킹조지섬 조사에 나섰다가 '크레바스'라 불리는 빙하의 깊은 틈에 빠졌습니다.

사고 당시 25세였습니다.

함께 탐사에 나섰던 동료들은 벨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채 60년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킹조지섬에 파견된 폴란드 탐사대가 올해 1월 19일 사람의 유해로 보이는 물체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손목시계와 손전등 같은 200여 개의 개인 물품도 함께 수습됐습니다.

DNA 검사를 위한 수송에 영국 공군까지 동원됐습니다.

영국 런던으로 유해를 옮겨와 벨의 형제자매 DNA와 대조해보니 벨의 시신이 맞았습니다.

호주에 살고 있는 벨의 남동생 데이비드는 "충격적이고 놀라운 일"이라면서 "형은 장남이었고 뭐든지 할 수 있었던 나의 영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벨의 유해는 빙하가 녹아 밀려나면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빙하 기슭과 표면에 벨의 유골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제인 프랜시스 BAS 소장은 "연구소에 소속된 모두에게 가슴 아프면서도 심오한 순간"이라며 "벨은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에서 초기 남극 탐사와 연구에 기여한 용감한 인물"이라고 기렸습니다.

(사진=영국 남극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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