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소비쿠폰 받은 지금이 기회"…"어떤 소비도 기부보다 더 큰 효용 안 날 듯"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8.12 07:18|수정 : 2025.08.12 07:18


▲ 민생회복지원금 사용처

"병실에 누워계신 할머니를 보고 맘이 참 안 좋았어요. 몸이 아픈 홀몸 어르신들은 저희 할머니처럼 간호받기도 어려울 텐데 어떻게 지낼지…."(IT회사 대표 권 모 씨)

"아내가 암 투병을 시작한 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모든 순간이 너무 감사해요. 세상에 진 빚을 갚고 싶어요."(오산 미공군부대 응급실 간호사 송 모 씨)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배부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선행을 싣고 순환 중입니다.

자신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남을 위해 쓴 이들의 사연이 지역 곳곳에 온기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오늘(12일) 이디야커피와 춘천소방서에 따르면 직장인 유 모(32) 씨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받은 18만 원을 지역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커피 약 50잔을 구매해 직접 춘천소방서와 인근 119 안전센터를 찾아가 전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선행이 이어졌습니다.

이디야 커피 강원도청점 점주가 유 씨의 선행에 힘을 보태면서 이들이 돌린 커피는 총 100잔에 달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디야 커피 본사에서 소식을 듣고 유 씨와 강원도청점에 100만 원 상당의 이디야 상품권을 지급했습니다.

이디야는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유 씨의 선행을 알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 두 분께 연락했다"며 "(상품권) 받는 것을 한사코 사양했지만, 선한 영향력의 확대를 위해 끈질기게 설득하게 됐다"고 남겼습니다.

유 씨는 해당 상품권도 소방관들을 위해 쓸 계획입니다.

유 씨는 지난 9일 언론 통화에서 "가평 수해로 고생하시는 소방관들을 위해 쓰려고 한다. 현재 해당 지역 소방서와 접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 씨가 소방서에 커피를 전달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고, 곧이어 퇴근하다가 소방차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며 "평소에도 기부를 생각만 했는데, 소비쿠폰을 받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18만 원이면 직장인에게도 결코 작은 돈은 아니지만, 당시에 아쉽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며 "감사해하는 소방관분들로부터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받은 것 같다"고 웃었습니다.

유 씨는 아울러 앞서 100잔의 커피를 만드느라 고생한 아르바이트생, 얼음을 선뜻 내어준 또 다른 이디야 지점 사장님을 숨은 영웅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누군가의 선행을 보고 따라 한 것처럼 저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전파된다면 신기하고 좋을 것 같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몸이 아픈 가족을 생각하며 선행에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IT회사를 운영하는 권 모(31) 씨는 최근 민생회복 소비쿠폰 15만 원만큼의 액수를 지역 노인복지기관에 기부했습니다.

권 씨는 병실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고 독거 어르신들을 위해 쿠폰을 쓰기로 맘먹었습니다.

권 씨는 전화통화에서 "저희 할머니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을, 간호·돌봄을 받기 어려울 독거 어르신분들이 생각났다"며 "때마침 소비쿠폰을 받았고 어디에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그는 스레드 계정에 기부 소식을 알리며 "어떤 소비도 기부보다 더 큰 효용이 안 날 것 같았다"며 "조금이나마 따뜻함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남겼습니다.

오산 미공군부대 응급실 간호사 송 모(36) 씨도 아내(31)와 함께 소비쿠폰 30만 원으로 생필품을 구매해 지역 보육원에 전달했습니다.

송 씨는 "아내가 뇌암, 갑상선암에 걸려 한때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아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에 진 빚을 갚고 저의 작은 에너지가 퍼져 좋은 영향력을 끼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송 씨는 "저도 악착같이 모으는 사람이고 기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지갑에서 나가는 돈에 집중하기보다 이 돈이 몇 배가 되어 제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쿠폰의 다른 사용처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진짜 부자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이 모(24) 씨는 6·25 전쟁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참전용사를 지원하는 재단에 소비쿠폰만큼의 액수를 기부했습니다.

이 씨는 "소비쿠폰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저는 소수라도 더 뜻깊은 곳에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더 필요한 이들이 누굴지, 덜 아깝게 쓰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참전용사를 위해 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전에서 보드게임카페를 운영하는 고 모(30) 씨는 소비쿠폰 18만 원에 사비 13만 원을 보태 정신질환 장애인 시설에 생필품을 전달했습니다.

고 씨는 소비쿠폰으로 가게 매출이 올랐다며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 5일 부산 동구에서는 8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호우로 피해를 본 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소비쿠폰으로 받은 10만 원을 기부했고, 7일 경기 수원에서는 한 시민이 수원남부소방서 구급대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소비쿠폰으로 구입한 간식을 전달했습니다.

이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소비쿠폰) 사용할 수 있는 마트를 찾아다닌 저 자신이 부끄러워진다"(스레드 이용자 'wew***'), "받자마자 고기 흡입한 내 자신이 부끄럽네"(이용자 moo***'), "멋진 플렉스"(이용자 'ims****') 등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소비 진작을 위해 1인당 15만∼40만 원 상당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기준 전체 대상자의 95.2%인 4천818만 명이 신청해 8조 7천232억 원이 지급됐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