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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미러 정상 휴전 합의한다면 '승리 포장'은 키리옌코 몫"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8.11 14:48|수정 : 2025.08.11 14:48


▲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미러 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배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비서실) 제1부시장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신문은 63세의 키리옌코 부실장이 과거 원전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원자력공사(로스아톰) 사장을 지낸 러시아의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라고 소개했습니다.

키리옌코는 1998년 옐친 러시아 대통령 시절 35세로 최연소 총리에 올랐습니다.

이후 로스아톰 사장으로 활동하다 2016년 10월 현재 자리로 옮겼고 9년 가까이 지금의 직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키리옌코가 크렘린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억만장자 코발추크의 역할이 컸습니다.

코발추크는 로스아톰 운영과 관련해 자주 접촉하던 키리옌코를 푸틴에게 추천했고,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위해 힘을 합쳐 많은 작업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21년 러시아의 신흥재벌로부터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 VK(브콘탁테) 통제권을 확보하는데 힘을 모았는데, 지난 6월 러시아하원은 새로운 국가 메신저 개발을 승인하며 VK앱을 통한 러시아 내 왓츠앱과 텔레그램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테크로크라트의 장점을 모두 갖춘 키리옌코는 1990년대 총리로 재임했을 때는 친서방 개혁가로 분류됐지만, 이후 상황에 맞춰 이념적 노선을 변경했다고 측근과 전 동료들은 말했습니다.

그의 기회주의적 면모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본격적으로 드러나, 키리옌코는 다른 크렘린궁 내 정치 보좌관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했지만, 러시아의 미사일이 키이우에 쏟아지기 시작하자 빠르게 현실을 수용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논리를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또 키리옌코 부실장의 이 같은 행동이 푸틴 대통령과 더 가까운 관계였던 코작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과 차별화하는 요소였다고도 짚었습니다.

키리옌코 부실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예술인들에겐 애국 콘텐츠 제작을 지시하고, 러시아 학교 내에서 전쟁 지지 선전을 강화하도록 힘써왔습니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 '가짜 주민투표'를 계획한 것도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키리옌코 부실장의 영향력은 오는 15일 진행될 미러 정상회담 이후에도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해 알래스카에서 만나 협상을 타결시킨다면 이를 러시아인에게 승리로 포장해 알리는 작업도 키리옌코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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