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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후 서울 아파트 저가 위주로 팔려…'9억 이하'가 절반

노동규 기자

입력 : 2025.08.11 14:37|수정 : 2025.08.11 14:37


6·27 대출 규제 이후 거래 신고된 서울 아파트의 절반이 9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로 나타났습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중고가 아파트 거래가 타격을 받은 반면,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에 걸리지 않는 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수가 이뤄진 겁니다.

오늘(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이후 지난 10일까지 43일(6월 28∼8월 10일)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유효 거래량은 총 4천646건으로, 이 중 9억 원 이하 거래가 49.5%(2천52건)에 달했습니다.

대출 규제 직전 43일(5월 16일∼6월 27일)간 신고된 1만 4천528건 가운데 9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이 37.7%(5천473건)였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11.8%포인트 확대된 겁니다.

거래량은 통계의 왜곡을 막기 위해 공히 공공기관이 매입임대사업용으로 매수한 저가의 초소형 아파트와 계약 해제 건을 제외한 뒤 산출, 비교했습니다.

대출 규제 이후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9억 원 이하 비중이 커진 것은 주담대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로, LTV를 최대로 받는다고 가정할 때 6억 원의 대출 한도가 줄지 않는 집값의 상한이 9억 원 선입니다.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서 소득 대비 대출 한도가 감소한 것도 저가 위주의 거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14.7%에서 대출 규제 후에는 22.8%로 8.1%가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는 대출 규제 전 23.0%에서 규제 후 26.8%로 3.8%포인트 커졌습니다.

반면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43일간 34.7%에서 대출 규제 후에는 28.6%로 6%포인트가량 비중이 축소됐습니다.

특히 대출 규제 전 23.0%를 차지했던 15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비중은 대출 규제 후 15.6%로 7.4%포인트 감소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습니다.

이 가격대는 강남권의 소형 아파트나 마포·성동구 등 인기지역 중대형 아파트 시세로 일단 이번 대출 규제로 이들 지역의 거래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셈입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7월 거래량은 3천649건으로 6월(1만 1998건) 대비 69.5% 감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15억∼30억 원대 아파트가 많은 성동구는 6월 809건에서 7월 92건으로 88.6%, 마포구는 704건에서 109건으로 84.5% 줄었습니다.

이에 비해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강북구는 6월 177건에서 7월 80건으로 54% 감소했고, 도봉구는 58%(300건→126건), 노원구는 66.1%(856건→290건)가 줄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습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대출 규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더니 최근 들어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다"며 "갭투자자를 포함해 전세를 낀 매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30억 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출 규제 전 4.6%에서 대출 규제 후 6.2%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규제 전보다 절대 거래량은 줄었지만 초고가 아파트 매수가 가능한 현금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강남권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70.38㎡는 최근 93억 원에 매매 약정이 이뤄졌습니다.

대출 규제 이후 첫 거래로, 전액 현금으로 매수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입니다.

이 거래는 2∼3주 걸리는 구청의 토지거래허가가 떨어지면 정식 계약이 체결될 예정입니다.

압구정케빈부동산 김세웅 대표는 "대출 규제 전 최고가에서 3억∼4억 원 정도 하락한 계약이지만 대출 규제 후에 끊기다시피 했던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절대 거래량은 규제 전보다 늘기 힘들겠지만 현금 부자들의 매수가 꾸준히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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