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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약업계 "관세 피해 미국서 100% 현지 생산"

하정연 기자

입력 : 2025.08.10 21:35|수정 : 2025.08.10 21:35


▲ 스위스 바젤의 노바티스 본사

스위스 양대 제약업체인 로슈와 노바티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판매량의 100%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일간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습니다.

로슈는 미국 생산량을 대폭 늘려 현지 수요를 모두 채우고 남는 물량은 다른 나라로 수출하기로 했습니다.

노바티스도 앞으로 주요 제품을 100% 미국에서 생산하고 스위스 등지에서 미국으로 수출은 '0'으로 줄인다는 구상입니다.

두 회사는 이미 미국에 자회사와 생산시설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본격화하자 로슈가 500억 달러(70조 원), 노바티스는 230억 달러(32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스위스 제약업계는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와 의약품 품목관세로 연타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7일부터 스위스산 수입품에 39%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진단도구 등 의료기기는 상호관세 대상입니다.

의약품은 일단 상호관세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의약품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고 1년 뒤 150%, 이후 25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또 미국에서 파는 약값을 '다른 선진국이 지불하는 약값 중 최저 가격'으로 낮추라고 글로벌 제약업체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제약은 의약품 생산과 연구개발을 합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담당하는 핵심 산업입니다.

2023년 스위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의약품·비타민·진단도구가 57%였습니다.

로슈와 노바티스는 생산을 제외한 연구개발과 마케팅 분야 인력은 스위스에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관세 부담에 수출업체들이 잇따라 해외 이전을 추진하면서 고용시장과 국내 경제에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용 주사기를 생산하는 입소메드, 스타벅스에 커피머신을 공급하는 써모플랜 등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항공기 제작업체 필라투스는 일단 미국 수출을 중단하고 현지에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율 관세로 스위스 GDP가 최대 1% 감소할 거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기 파르믈랭 경제장관과 엘리자베트 바우메슈나이더 보건장관은 조만간 로슈·노바티스 경영진을 만나 '위기 대응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일간 블리크는 전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과 계속 협상한다면서도 어떤 제안을 했는지는 협상전략이라며 함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카타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공기를 선물했어야 한다는 등 비아냥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스위스 연방의회 의원들은 지난 8일 양국 의회 협의회 회의차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 미국 공화당·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에게 39% 상호관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스위스 쪽 참석자들이 공영방송 SRF에 전했습니다.

사회민주당(SP)의 파비안 몰리나 의원은 "우리가 왜 이렇게 주목을 끌게 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협의회 회장인 다미앵 코티에르 의원은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관세율 인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스위스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관세율을 부과받은 건 자기들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첫 국가별 상호관세율 발표 당시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와 수입 가격 탄력성 등을 고려한 나름의 관세율 산정 공식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브라질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을 이유로 50%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갖은 이유로 관세율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에는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관세율 39%는 작년 스위스의 대미 무역 흑자가 385억 달러(54조 원)여서 10억 달러에 1%씩 매겼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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