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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혀 올라오는 상어들?…달궈진 바다의 '경고'

정구희 기자

입력 : 2025.08.03 20:46|수정 : 2025.08.0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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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AI에서부터 의료, 기후변화까지 다양한 과학 현안들을 기자들의 '이과적 감성'으로 깊이 있게 풀어내는 새로운 코너, <이과적 사고>입니다. 그 첫 번째 주제로는 우리 바다에 잦아지고 있는 상어의 출몰,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봅니다.

정구희 기자가 자세히 설명합니다.

<기자>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는 상어인가요?]

[예, 그렇죠. 악상어는 포악 상어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동해안에서 또 상어가 잡혔습니다.

올 들어 20번째입니다.

지난해에만 동해안에서 44마리의 상어가 잡혔습니다.

상어 피부를 만져보니까 마치 사포처럼 까칠합니다.

크기도 성인보다 더 커서 총길이가 2m 10cm를 넘어갑니다.

'포악 상어'로 분류되는 악상어입니다.

상어의 척추에는 나무로 따지면 일종의 '나이테'가 있는데, 이걸로 보면 10살은 넘은 걸로 추정됩니다.

무얼 먹었는지 알기 위해, 연구팀이 상어를 해부했습니다.

상어의 위 속에는 소화된 물고기의 일부분이 보입니다.

지난달 24일 주문진에서 잡힌 청상아리 2마리 뱃속에서는 고등어가 나왔고, 이보다 열흘 전, 동해 묵호에서 잡힌 청상아리 위 속에는 정어리가 가득했습니다.

청상아리도 '포악 상어'로 분류됩니다.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 : 동해안에 조금 난류성 어종이 많이 증가하고 있거든요. 그에 따라서 이제 그걸 먹이를 먹기 위해서.]

해외에서는 상어의 먹이뿐만 아니라 바닷속 산소 농도에도 주목합니다.

상어는 활동성이 커서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포르투갈 연구팀이 상어에 추적장치를 붙여 보니 산소 농도가 줄어들면 상어의 잠수 깊이도 줄어드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빠르게 사라집니다.

더운 곳에서 탄산음료의 탄산이 빨리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른바 '해양 탈산소화'가 일어나는 겁니다.

산소 농도가 줄어들면 상어가 활동하기 어려운 '데드존'이 늘어나게 되는데 넓어진 데드존을 피해 상어들이 해수면 층으로 올라오면 어부들과 접촉도 많아지게 됩니다.

최근 해안가 상어 출몰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피서철 안전사고도 우려되는데, 상어 사고가 잦은 호주는 '상어 경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끼로 유인한 상어에 추적장치를 붙여 놓아 주면, 이후 상어가 해안가에 접근할 때마다 경보를 울려 알립니다.

최근에는 '환경 DNA'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습니다.

해수를 채취해서, 물속에 떠다니는 상어의 체액, 배설물, 비늘 조각 등을 분석해 상어의 종류와 서식 지점 등을 알아내는 겁니다.

[이선길/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 상어들이 출몰하기 이전에 그 먼바다에서 이렇게 물을 채취해 가지고 상어의 흔적이 보이면, 해수욕장을 뭐 예를 들면 외국 같은 사례는 폐쇄를 시킨다든지.]

우리나라도 지난해 해양 조사선을 띄워 바닷물을 채취했고 그 속에서 상어의 DNA를 확인했습니다.

이걸 토대로, 우리 바다에서 어떤 상어가 어디에 사는지부터 분석하고 있습니다.

잦아진 상어의 출몰, 뜨거워지는 바다가 보내는 경고 신호입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전유근, 화면출처 : NSW Fish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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